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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파기보다 우물 관리 교육 … 우간다<부사비 마을> 어린이 사망 줄인 비결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5/08/28 미주판 10면 기사입력 2015/08/27 19:59

월드비전, 웅덩이 물 마시던 주민에
우물 파주고 관리위원회 만들게 해
매달 가구당 100원씩 내 시설 정비
자발적으로 청소, 공평하게 물 나눠

우간다 부사비 마을의 어린이들. [사진 월드비전]

우간다 부사비 마을의 어린이들. [사진 월드비전]

우물이 만들어지기 전 부사비 마을 주민들이 식수원으로 사용했던 물 웅덩이(왼쪽)와 월드비전코리아가 마련해 준 우물에서 주민이 물을 긷는 모습.

우물이 만들어지기 전 부사비 마을 주민들이 식수원으로 사용했던 물 웅덩이(왼쪽)와 월드비전코리아가 마련해 준 우물에서 주민이 물을 긷는 모습.

있어도 활용 못하던 마을 금고
대출·이자 등 경제 교육 시킨 뒤
기금으로 마을 고아까지 돕게 돼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동쪽으로 약 260㎞ 떨어진 부둠바 지역의 부두스 마을에는 마을 여성 18명이 돌아가며 집에 보관하는 금고가 있다. 지난 4일 월드비전코리아 소속 세계시민교육강사 17명과 부두스 마을을 방문했을 때 이 금고에는 자물쇠 세 개가 굳게 채워져 있었다. '부두스여 일어나라'는 이름의 마을 금고 자금이 여기에 보관돼 있다. 이 마을 금고는 지난 2009년 8명의 마을 여성들이 만들어낸 일종의 은행이자 협동조합이다. 여성 주민들은 매주 1500우간다실링(약 42센트)씩을 저축하고 모인 돈을 급전이 필요한 가구에 약간의 이자를 붙여 대출해주거나 마을 공동기금으로 사용한다. 세 개의 자물쇠 열쇠는 순서를 정해 세 명이 하나씩 보관한다. 최근엔 1년 간의 수익금으로 우간다 전통 의복인 '고메시'를 구입해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여성 주민 마그레토 오체인(53)은 "올해 초 다리를 다쳐 일을 하지 못해 생계를 걱정했었는데 금고에서 대출을 받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금고가 생긴 뒤 마을에서 일어나는 경조사도 체계적으로 챙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부두스 마을 금고가 처음부터 효율적으로 관리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돈을 내지 않는 가구가 태반이었고 지출.분배하는 데 필요한 규칙도 없었다. 금고가 비로소 제 역할을 하게 된 건 2012년 월드비전이 부두스 마을의 18개 가구에 염소 28마리씩을 지원하면서부터였다. 이 단체는 주민들에게 물적 지원뿐 아니라 경제 관념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마을 금고 대출 교육'을 실시했다. 월드비전코리아의 지원으로 이 교육 사업을 담당한 로널드 오그웍(39)은 "매달 일정 금액을 의무적으로 내고 멤버들이 돌아가면서 금고를 보관하며 이자 부담을 최소화하는 법 등을 교육했다. 대출 기준이나 효율적인 상환 방법 이익금을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는 법 등도 가르쳤다"고 말했다.

경제 교육과 함께 시민의식도 자연스레 자랐다.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공동체의식도 커졌다. 마을 금고 관리 총무 레이셜 말링가(40)는 "서로를 믿고 경제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시민들의 의지와 노력이 성장했다. 금고 교육의 가장 큰 성과는 돈을 번 것이 아니라 시민의식이 향상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부두스 마을 금고의 자산은 400만우간다실링(약 1100달러)이다. 매달 모은 돈의 5%는 마을에 있는 고아 6명의 학비와 생활비로도 사용된다. 말링가는 "금고에 저축한 돈의 이자로 집 근처에 그릇.옷 가게를 차리는 여성이 늘고 있다.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뿐 아니라 여성의 경제적 권한도 커졌다"고 말했다.

부두스 마을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부사비 마을에서는 부족한 식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식수관리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었다. 2012년 월드비전코리아가 펌프를 이용해 지하수를 공급할 수 있는 우물을 설치해준 뒤 주민들이 우물을 깨끗하게 유지.관리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우물이 생기기 전 부사비 마을 주민들은 냇가에 흐르는 물이나 웅덩이에 고인 물을 떠다 마셨다. 우간다는 상.하수도 시설이 열악해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는 국민은 약 65%에 그친다. 식수 문제는 생명과도 직결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간다의 5세 미만 영.유아 사망 원인 3위(16%)는 설사병 등 수인성 질병이다.

부사비 마을의 주민들도 우기인 3~5월과 9~1월에 내린 빗물이 모여 만들어진 웅덩이에서 물을 길어 먹었다. 주민 오스만 샤브러스(18)는 "웅덩이의 물은 근처 농가에서 흘러온 부유물과 농약 등으로 희뿌연 데다 해충도 떠다녔다. 그나마도 2~3㎞를 걸어야 웅덩이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깨끗한 물이 나오는 우물이 생기자 주민들은 위원회를 꾸려 스스로 지켜야 하는 규칙 조항을 만들고 우물을 관리하는 당번을 정했다. 매달 300우간다실링(약 8센트)씩 모아 가축이 침범하지 못하게 우물 근처에 울타리를 설치하고 매일 두 명의 시민이 오전 6시~오후 7시까지 우물을 청소하고 주민들의 이용을 돕기로 했다. 모든 주민이 공평하게 물을 쓰기 위해 하루에 한 가구당 100L까지만 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규칙도 정했다. 식수관리위원 에베니처 조셀린(32)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식이 주민들에게 생겨났다. 더 나아가 어린이 사망률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한 달에 한 번 주민들을 대상으로 '깨끗한 물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월드비전우간다 식수위생사업 담당 크웨지 데이비드(40)는 "야외 배변이 수질 악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하는 등 주민들 사이에서 물이 생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의식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우간다를 방문한 월드비전코리아 세계시민교육 강사들은 발전 가능성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동규(48) 강사는 "기존에 '가난.질병' 등 부정적인 인식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민들의 힘을 느끼며 우간다의 발전을 기대하게 됐다"고 했다. 김미란(37) 강사는 "시민의식의 발동으로 사회의 큰 변화를 만든 이들의 모습을 한국의 학생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부둠바(우간다)=김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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