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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트럼푸틴…초불확실성의 시대 열렸다

우파 포퓰리즘 '스트롱맨' 득세
인권 등 가치.명분 외교 퇴락
각국 대외정책 재조정 예상

정유년(丁酉年)이다. 육십갑자를 일곱 번 뒤로 돌린 1597년 정유년은 한반도가 임진년 왜(倭)에 침략을 당하고도 7년 만에 또 한번 당한 치욕의 해다. 420년이 지난 2017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주의 세계 질서의 원형이 바뀌고 있다는 대전환의 시기, 지정학(地政學)적으로 강대국 간 경쟁.갈등의 축선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상황은 어떤가. 조선은 명나라.일본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각국의 외교전을, 테러를, 세계 시민들의 정서 변화를 눈을 크게 뜨면 파악할 수 있는 시대다. 적어도 10년 앞 한반도의 운명은 현 시점, 한국이 외교 좌표를 어떻게 설정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세계 싱크탱크들이 2017년 국제 정세 전망에서 확실하게 예측한 건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건 정치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이 몰고 온 충격파다.

배리 아이켄그린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이를 두고 '초(超)불확실성의 시대(Age of Hyper-uncertainty)에 진입했다'고 말한다.

지난해 '대사건'들은 전후 미국 우위 국제 질서의 대개편, 그에 따른 힘의 공백을 예고했다. 세계화에 대한 피로감, 그 혜택의 그늘에 가려졌던 중산층의 분노 분출이 만들어 낸 열풍은 전후 70년의 앙시앵 레짐(Ancien Regime.구체제)의 타파,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미국에 의한 평화) 시대의 약화 내지는 종언을 요구했다. 중국.러시아 등이 불편해하고, 미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낀 그 질서를 트럼프는 바꾸겠다고 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한.미 동맹, 미.일 동맹 재조정 요구 등 트럼프발 지각변동에 맞서 각국은 기존 정책과 대외 관계 우선순위에 대한 재평가(ReAssessment), 재조정(ReArrangement)에 나서고 있다. 미 주도 세계 질서에 대한 일종의 점진적 분권화 작업일 수도 있다. 국립외교원은 이 두 가지 'RA'가 신년 국제정세를 관통하는 특징이라고 분석한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중국.러시아.인도 등이 틈새를 파고 들면서 향후 국제질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극체제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연말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전화를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리면서 가시화한 신행정부의 전략은 '연로억중(連露抑中)'이다. 역대 행정부가 러시아를 주적으로 삼아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며 대러 정책에 활용해 온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이다. 미.중 정상이 현실주의적 타협을 할 수도 있지만, 미.중 냉전 시대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대국의 자존심 복원을 열망하는 민족주의를 에너지로 충전한 마초 성향의 스트롱맨(strongman)들이 국제무대 핵심 플레이어로 등장했다는 점도 변수다. 미국의 트럼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주석,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등이 국제사회 불안정성 고조에 한몫할 것으로 보인다. 소련 연방 해체 이후 25년 만에 '트럼푸틴'이라 불릴 정도로 화합을 과시하는 트럼프와 푸틴은 우익과 내셔널리즘이라는 깃발을 함께 들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가치 외교의 퇴락도 기존 미.유럽 중심 질서에 균열을 가져올 요소다. 민주주의.인권.세계주의 등 미국과 유럽을 하나로 묶어 준, 미국의 힘을 가능하게 했던 가치.명분 외교는 뒤로 빠지고 이익의 논리를 기반으로 한 국제질서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지역 정세 불안이 우려되는 가운데 유럽은 우파 포퓰리즘과 내셔널리즘.반이민주의.반EU라는 바람에 휩싸여 국제사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수정 국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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