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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과학자의 세상 보기] 늦둥이는 여섯살

그저께 늦둥이 둘째가 만 여섯 살이 되었다. 도대체 누가 ‘눈에다 넣어도 않 아프다’ 같은 걸 생각해 냈는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다. 필자는 아이가 너무너무 예쁜데 전공이 생물학쪽이라 그런지도 모른다. 거꾸로 애당초 생명과 그 신비로움에 끌렸기에 이런 전공을 골랐을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 삼남매 어릴적에 무척이나 귀여워 해주셨던 막내 고모님한테서 물려받은 것일 수도 있다.

우리 늦둥이도 아빠를 무척 좋아한다. 퇴근하면 갖고놀던것 다 내던지고 꺄악-하면서 달려온다. 그리곤 “아빠 이리와”하면서 놀아달라고 배고픈 아빠 손을 잡아끈다. 친구들에게 배우는지 갑자기 뜬끔없는 소리를 해서 아빠를 웃기기도 한다. 요 며칠간 배워 써먹는게 “알았어?” 그리고 “용용 죽겠지~”다.

사실 아이를 예뻐하는 것은 그냥 개인의 성격이 아니라 부성애, 모성애가 우리 유전정보에 깊숙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대표적인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과 협력하며 살아가고 말년에는 후손들에게 의지하게 된다. 장차 노동력과 전투력을 제공할 2세들을 낳고 기르는 것은 짝을 이룬 남녀의 의무였다. 자손들을 잘 낳고 또 잘 돌보아야 그 종(species) 또는 집단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아가들은 점점 귀여워지는 쪽으로, 어른들은 그들을 점점 더 예뻐하는 쪽으로 진화를 해왔달까?

인류가 지금처럼 번성하게 된 데에는 손이 발달해서 도구를 만들어 썼던 것뿐 아니라 그 손으로 아이들을 안아주고 업어주고 뽀뽀해 주면서 키웠던 것이 크지 않았을까 하는게 내 소견이다. 필자처럼 아이에게 생일케익이나 장난감들을 사주진 못했겠지만 수 만년 수십 만년 전 동굴이나 움막에 살았던 원시인류도 아이들을 예뻐했던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꼭 이런 진화생물학적인 면을 따지지 않더라도 개인적으로 이 아이 키우는 것이 절실한 이유가 있다. 둘째와 15살 차이가 나는 큰 아이는 엄마는 한국에서 필자는 미국에서 일했던 시기에 한국에서 자랐다. 큰 아이에게는 큰 아이대로 미안함을 느끼는 한편, 이렇게 여섯 살짜리 아이를 키우는 것은 필자에겐 그야말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해보는 일이다. 가뜩이나 한번뿐인 인생에서 딱 한번이라 둘째를 키우면서 매일매일이 소중하고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둘째는 작년 9월에 초등학교 유치원(Kindergarten)에 입학했다. 따져보니 지금이 딱 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시점이다. 요만할 때 나도 가슴팍에 콧물수건과 노란 명찰 달고 초등학교에 입학했구나하는 생각을 하면 찡하다. 지금의 하루하루가 다 기억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아빠가 있어서 항상 재미있었고 든든했다라는 기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게 필자의 소망이다.

아이가 더 크면 기타랑 테니스도 가르쳐주고 장차 운전과 면도하는 법도 가르쳐 줄것이다. 아이에게 가르쳐주게 체스도 배워보려고 한다. 중학교 때 이후로 안해본 루빅스 큐브도 다시 익히려고 한다. 정원일이나 목공일 그리고 요리도 같이 해볼 것이다. 단, 아이가 넘어지고 다치면서 스스로 배워야하는 것도 많음을 잊지 않을 것이다. 자전거 타기나 이성교제 같은 것 말이다.

지금은 이렇게 사랑스럽지만 경험으로 보건데(?) 좀 있으면 아빠가 안아주는 것도 싫어지고 틴에이저가 되면 십중팔구 부모속 꽤나 썩힐 것이다. 거기다 미국이란 나라가 워낙 큰 탓에 고등학교를 마치면 공부하러 그 다음엔 일하느라 집을 영영 떠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러니 이 아이를 곁에 두고 예뻐하는 것도 앞으로 5-6년이 고작일게다.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알기 때문에 더욱더 절절하다.


최영출 (생명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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