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하루를 열며] Memorial Day에 부쳐…

우리 어릴 때, 동네에는 상이(傷痍)군인 아저씨들이 많았다.

겨드랑이에 목발을 짚고 걸을 때마다 한 쪽 바지 가랑이가 이리 저리 흔들렸다. 또 어떤 아저씨는 한 쪽 소매 자락 밖으로 물음표 같이 생긴 검은 쇠꼬챙이가 보이는 아저씨들도 있었다. 그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기도 했고, 동네 가게에 들어가 담배값이나 막걸리 한 잔 값을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늘 취해 비틀거리며 들어주는 사람 없는 공허한 거리에 대고 소리지르곤 했다. 동네 어른들은 그들을 바라보며 쯧쯧 혀를 차기도 했지만 우리들의 눈에는 그들이 무섭게만 보였다.

전쟁의 폐해는 말해서 무엇하랴. 사랑하는 아들이, 남편이 죽고, 행방불명 되고, 요행히 살아 남아 집에 돌아왔다 해도 불구가 되어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없어 가족에게 오히려 짐이 되는 고통을 똑바른 정신으로는 감당이 안돼 술로, 누구에게 향해야 할 지 향방을 모르는 울분을 쏟아 놓는 폐인이 되어가기 일수였다. 나라를 위해 싸우다 불구가 되었지만 전쟁의 폐허 위에 선 그 당시 나라 사정이 그들을 돌볼 여유가 없으니 그들은 어디에 억울함을 호소할 곳도 없었다. 지금은 그들의 희생이 있었음으로 자유대한민국이 지켜졌으며 오천년 역사에 유래가 없는 부유한 생활을 향유하는 나라가 되었다.

배 나온 사람이 부러워 보이던 시절이 있던 때를 지금 젊은이들은 알 수 없을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해 마다 남아도는 쌀로 창고가 모자라는 세상이 되었다. 해외 어느 여행지에나 한국말 한 두 마디는 다 할 줄 아는 현지 상인들을 얼마든지 보게 되는 부자 나라가 된 것은 자유대한민국을 지켜내기 위해 희생된 전사자들과 전.후에 나라를 일으키려 애썼던 대통령들, 어떻게든 살아보자고 폐허의 땅을 일구어낸 국민들의 피땀어린 노력의 결과가 아니겠는가?



자국(自國)의 수십만의 젊은이들을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나라의 전쟁에 투입시켜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 대한민국을 지켜준 미국과 연합국들의 도움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될것 이다.

그렇게 지켜진 나라를 지금 현 정부는 모두 허물고있다. 아직도 여전히 남한의 적화를 노리는 북한과 맞대어 있는 철조망을 허물어뜨리고 눈 똑바로 뜨고 지켜야 할 우리 군인들은 무장이 해제되고 그들의 정신까지도 점점 무장해제되어 가고 있다. 아무 때라도 마음만 먹으면 그대로 편하게 밀고 내려올 수 있게 만들어 놓고 있다. 한 번도 신뢰를 보인 적 없는 저들의 위장평화 약속을 어찌 믿고 이러는지….

미국의 메모리얼데이에 나는 왜 내 조국의 6.25 전쟁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조국의 현 상황이 심히 걱정스럽기 때문이리라. 미국에는 거의 각 타운마다 메모리얼 파크라는 이름이 붙은 공원이 있다. 이 나라의 길지도 않은 역사를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 나라를 위해 전쟁에서 전사한 이들을 얼마나 각별하게 추모하는지 모른다.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DC의 넓고 아름다운 그 초록 잔디광장에는 전쟁 기념비들이 차지하고 있다. 2차대전, 한국전, 월남전 등 미합중국을 위해 싸우다가 전사한 이들의 이름을 빼곡히 부조하여 놓고 있다. 목숨을 바친 것보다 더 우위에 설 가치는 없음을 아는 미국이 부러운 이유이다. 봉사를 가르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용감히 싸우는 것을 최고의 명예로 여기는 선조들의 모습을 아이들이 배우고 자연스레 나라사랑을 길러지게 하고 있다.

전쟁은 없어야 하지만, 평화는 침략자를 막아낼 수 있을 때 얻어진다. 강력한 군사력의 우위가 전쟁을 억제시킬 수 있음을 본다.


이경애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