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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목사의 이민과 기독교] 모국의 언어, 신앙의 언어

한국에서 오신 손님들과 함께 주일 예배를 드릴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한국에서 부르는 찬송을 부르고, 한국에서 드리던 예배 형식을 따르고, 한국에서와 같은 구절을 반복하는 마지막 축복기도까지. 아멘으로 예배를 마치고 나면 한국에서나 미국에서 꼭 같은 감동을 느끼곤 합니다. 20년, 30년 미국 생활을 하신 분들과 너무 자연스럽게 함께 참여합니다. 단지, 헌금을 달러로 드리는 것만 다르네요.

미국에 있는 민족 교회의 가장 큰 특징은 모국의 언어로 예배하는데 있습니다. “어머니의 언어(mother tongue)”라는 문자 그대로 모국어는 가장 먼저 배우고 삶과 생각에 녹아 들어 있는 말입니다. 가장 편안하게 쓰는 말이고 우리의 특별한 표현을 가장 잘 나타내기 위한 말이기도 합니다. 일터에서는 영어를 사용하고 미국시민이 된 지 오래더라도 모국어는 우리의 가장 깊은 마음을 표현하는 언어로 남아있습니다.

이곳에 사는 시간들이 쌓여 갈수록 미국생활이 익숙해집니다. 영어로 된 TV프로를 보고 웃기도 하고, 도너츠로 아침을 먹고, 미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우연히 흥얼거리는 노래는 어렸을 적 배운 한국 노래이고, 흥분하면 나오는 감탄사는 고향의 사투리입니다. 그래서 마음 담아 드리는 기도는 한국어로 하고 싶은 사람들이 우리입니다. 예배만큼은 우리의 속 깊은 언어로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신앙은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심오한 선택입니다. 일터에서는 외국인들과 협력할 수 있고, 일상에서는 규준에 따라 살더라도 개인의 선택에 따라 신앙을 가지기도 하고, 교회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민자들은 새 땅에서 새로운 문화에 적응해 살면서도 마음속 깊이 원하는 신앙을 지키고, 민족교회를 이루며 살아갑니다.



자연스럽게 이민교회에서는 모국어와 신앙의 언어가 서로 나누일 수 없이 얽혀 있습니다. 예배와 신앙을 위해서 모국어는 가장 편하고 깊이 있는 언어가 되고, 모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전통적 신앙을 지키는 의미를 가집니다. 모국어 예배는 민족의 문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모국어 예배를 계속하는 교회는 음식, 조직, 기념일 등 민족 고유 특징을 지키는 일도 계속합니다.

한인교회에서 한국어로 예배 드릴 뿐 아니라 식탁의 음식이 한식인 것도 같은 의미를 가집니다. 설날이나 광복절 같은 날이 중요한 기념일이 되거나, 어른들을 공경하는 문화 또한 그렇습니다. 많은 한인교회에서 자녀들에게 신앙이나 윤리뿐 아니라 한글교육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자녀들은 한인들의 문화를 교회의 문화와 함께 배우며 자랍니다.

이러한 예들은 우리와 다른 민족교회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유대교 회당에서는 히브리어 교육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 거의 의무처럼 실천하고 있습니다. 독일계 루터교회에서는 이민이 몇 세대 지난 19세기 말에 독일어 예배를 계속할 것인지 영어 예배로 바꿀 것인지에 대한 의견 차이로 전국적으로 큰 고민과 분쟁이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아일랜드, 남미계 등의 천주교회는 미국의 개신교 문화 속에 자신들의 정체성과 교육을 지키기 위해 성당마다 학교를 운용하는 정책을 실행하기도 했습니다.

한인교회에서도 여러 세대가 지나고 나면 모국어 예배를 그만하자는 목소리가 나올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많이 서운할 것 같네요. 저는 아직도 “God”라고 부르기보다 “하나님”이라고 기도할 때 더 가깝게 느껴지니까요. 모국어 예배는 이민자들이 민족교회를 더 사랑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교회학 박사, McCormick Seminary]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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