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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돌나물

우리 뒷마당 채소밭에 돌나물이 넓게 자리 잡고 자라고 있다. 매일 뽑아도 밤에 비가 촉촉이 내리면 우후죽순처럼 솟아난다. 생명력이 대단하고 뿌리를 길고 넓게 뻗어 다시 나온다. 내가 심지도 않았고 모종을 한 적이 없고 매년 뽑아 버렸는데도 나타난다. 가만히 생각하니 이유를 알았다. 이른 봄 채소밭을 깨끗이 정리하고 홈디포에서 가든 소일을 사다가 뿌린다. 별다른 밑거름이 없어 대용한다. 가든 소일은 집집마다 버리는 잔디나 풀을 모아 흙과 섞어 담아 놓은 것이다. 그 속에 섞여있던 뿌리가 썩지 않고 있다가 소일로 만든 그 속에서 잠을 자다 우리 채소밭에 뿌려져 숨을 쉬면서 살아난 것 같다. 흙 속에 묻혀 한 해를 보냈을 텐데 썩지 않고 자라는 것을 보면 생명력이 대단하다. 그래서 봄철 나물들이 맛이 담백하고 신선한지 모르겠다.

돌나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다육질이며 어린 줄기와 잎을 미국 사람들도 샐러드로 식용한다. 양지바른 돌 사이에서 많이 자란다고 해서 돌나물이라고 부른다. 돌나물은 담백한 맛과 씹는 느낌이 좋아서 물김치로 담가 먹는 경우가 많고 초무침으로도 해 먹는다. 돌나물은 키가 약 15cm이고 길이는 1.5~2cm, 줄기는 땅에 엎드려 자라나면서 마디마디 뿌리를 내리고 잎은 길쭉한 타원이나 피침 꼴로 잎의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없고 밋밋하며 두텁게 살쪄있다. 노란색의 꽃이 별 모양으로 피고 서리를 맞으면 줄기만 앙상하게 남고 잎은 말라버린다.

돌나물은 몸에 열을 내리고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부종을 해소하면서 해독하는 효능이 있다. 갱년기 여성의 골다공증과 간질환에 추천하는 봄철 특유의 맛을 내는 음식이다. 수분을 많이 가진 식품이라 건조해진 피부 보습에도 효과적이고 비타민C는 물론 칼슘이 풍부한 식품이다.

땅 위에 엎드리고 있어 뽑아서 다듬고 씻는 것이 수월치 않다. 비 온 뒤에는 온갖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어 비가 갠 후 하루쯤 지난 후에 뽑아야 싱싱하고 깨끗하다. 다듬어서 간장 대신 젓갈을 넣고 발사믹 식초에 마늘, 설탕 조금 치고 고춧가루로 버무리면 풋내도 나지 않고 새콤한 맛과 씹는 질감이 어우러져 밥맛 없을 때 일등 식품이다.



아침마다 한 백씩 뽑아 친구들에게 전화한다. 다듬어 줄 수는 없고 흙과 먼지가 뒤범벅이 된 돌나물을 한 포씩 나누어 준다. 돌나물을 보면 그 가느다란 실 같은 줄기가 땅에 닿아 물을 빨아 올려 도톰한 잎을 만드는 것이 신기하다. 잎은 조금 커지면 또 다른 잎이 생겨난다. 그 잎은 자라 노란 꽃을 피우다 앙증맞아 손으로 만지면 까칠하다. 꽃이 피고 나면 잎이 질겨져 먹지 못한다. 돌나물을 다듬으면서 옛날 어머니들을 생각하게 된다.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은 살림살이를 하루 세끼 푸성귀로 가족들 밥상을 만들면서 힘겨웠던 시절 말이다.

돌나물 몇 시간 다듬으면서 허리, 다리, 손 아프다고 투정하였는데 그냥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있을까. 그런 수고가 가족의 건강을 지키지 않았나 생각된다. 누구는 물김치를 담고 샐러드를 만들어 먹고 또 다른 사람은 샌드위치 빵 사이에 넣어 먹는다고 한다. 큰 그릇에 물을 많이 붓고 돌나물을 10분쯤 담가 놓으면 흙이 밑으로 가라 앉아 씻는 것이 수월하다. 무조건 물에 흔들면 부서지고 풋내가 난다.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를 보면 봄에 나오는 모든 새싹들은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봄이 가기 전에 주위를 둘러보면 많은 나물들이 있다. 눈여겨보고 뜯어서 밥상에 올려보자.


양주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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