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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홉슨의 선택' 치닫는 한국과 일본

평소 가장 존경하는 유명 언론인이 즐겨 인용한 '말'(word)을 새달 첫 칼럼에 소개해 본다.

'홉슨의 선택'(Hobson's Choice)이란 경제 용어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언뜻 재량권을 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사실은 '가질래, 안 가질래' 둘 중의 하나다.

'생선 먹을래, 고기 먹을래'가 아니라 '생선 먹을래, 아니면 굶을래' 식이다.

좀더 과감한 해석을 더하자면 불량배들이 '우리 조직에 들어올래, 아니면 맞아 죽을래'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선택이 아니라 강요인 셈이다.



유래는 영국의 '말'(horse)에서 탄생됐다. 토머스 홉슨은 17세기 잉글랜드 케임브리지의 마구간 소유주였다. 사립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생들에게 말을 렌트해주며 수익을 챙겼다.

그러나 승마에 서툰 학생들이 행여 소중한 말을 다치게 하거나 혹사할지 모른다는 의구심으로 비싼 명마는 아예 감춰두었다.

시시껄렁한(?) 것들을 매어둔 채 "입구 쪽 말만 빌려줍니다"라고 홍보했다.

학생 입장에선 말을 빌리냐, 그냥 포기하고 걸어가느냐,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실질적으로 '울며 겨자먹기' 억지 찬성이었다. 이를 두고 '홉슨의 선택'이란 말이 나왔다.

최근의 한국-일본 관계가 이런 식인지 모르겠다. 쾌도난마식의 선과 악, 이분법으로 악다구니에 다름 아니다.

한두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과거사와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화해와 타협을 멀게 만든다. 정치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는데 서로들 더 심하게 꿈틀대고 있다. 감정적 대립이 장기화되며 '이것 아니면 전부 다 집어치우겠다'는 홉슨 스타일로 일관하고 있다. 도통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

정치력이 대안이 되지 못한 채 문제 해결의 걸림돌로 전락한 지 오래다. 한일 문제를 보노라면 문재인 대통령·아베 신조 총리가 혹시 '홉슨 아바타'는 아닌지 모르겠다.

특히 아베는 반도체 품목을 인질로 잡은 데 이어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대상에서 한국을 배제하며 '항복할래, 쫄딱 망할래'라는 식이다.

문 대통령 역시 북핵 이슈에는 그토록 관대하면서 이웃나라가 가장 민감히 여기는 위안부 문제만큼은 굉장히 단호하다. 경제인들의 비명이 이어지지만 원칙에 양보가 없다는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 관광객은 300만 명에 못 미쳤다. 반면 우리 국민의 일본행은 753만 명으로 2.5배가 넘었다. 13억 인구대국 중국에 이은 2위다.

한국 입장에선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훨씬 큰 실정이다. 내년 7월에는 도쿄올림픽이 개막한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한국인들의 보이콧이 장기화되면 일본도 유형 무형으로 관광산업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초극단으로 치닫는 치킨게임에서는 결코 승자가 나올 수 없다. 갈수록 홉슨을 닮아가는 두 나라 지도자들이 최종적으로 언제, 어떤 길을 선택하게 될지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궁금하다.


봉화식 디지털부 부장 bong.hwashi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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