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벧엘교회는 창립 10주년을 맞이하여 1989년 6월 1일부터 4일동안 임동선 동양선교회 담임목사를 강사로 창립기념집회를 가졌다.

이 성회는 말 그대로 축제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엘리콧시티 새 건물로 이사온지 1년 반 만이었다. 벧엘교회 역사 10년이면 초대 김상복 목사를 중심으로 교인들과 함께 이루어 온 ‘벧엘 1세대 문화’가 어느정도 그 두각을 나타내는 시기라고 나는 생각했다.

집회 후 임동선 목사와의 제직간담회 자리에서 김상복 목사는 10년이 지난 벧엘교인들의 정체성을 한번 조사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다시말하면 벧엘교인들의 자화상을 확인해보자는 제안이었다.
나는 변종서 장로(당시 집사)와 함께 이 조사를 위해 신앙 및 이민생활을 측정 할 수 있는 40개 항목으로 된 무기명 설문조사안을 작성했다. 무기명이기 때문에 해답은 솔직하다고 볼 수 있다.

이 40개 항목에는 성별, 연령, 신앙연수, 이민햇수, 직업 등 설문해답자의 신상을 조사하는 항목은 포함되지 않았다. 사회학을 전공 한 나는 당시 볼티모어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고 있었으며 행정학을 전공한 변장로는 연방사회보장청에서 통계분석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설문조사는 1989년 7월 첫 주일 예배중에 실시됐다. 500여 명 성인예배참석교인 가운데 450여명이 설문에 회답했다.

주목을 끄는 대목은 1세대 미주이민자로서 자신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설문에 대한 회답이었다. 신앙생활에 관계된 설문의 해답들은 70%가 넘는 공통점들로 나타났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다. 신앙생활 이외의 이민자로서의 장점들과 단점들을 50%이상의 회답을 찾이하는 문항의 순서를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장점들을 순서대로 살펴보자. 첫째, 고생하며 열심히 일한다. 둘째, 자식의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 셋째, 부모와 윗 사람에게 예의범절을 잘 지킨다. 넷째,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한다.

반면, 단점들을 살펴보자. 첫째, 솔직하지 못할 때가 많다. 둘째, 어려움에 처한 남을 돌봐주는데 게을리한다. 셋째, 남이 잘되는 것을 함께 축하해주는데 인색하다. 넷째, 조국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다.
나는 ‘2003년 재미한인교포역사 100주년’을 기념해서 2003년 11월 초부터 미주중앙일보에 “우리는 유대인 이민에서 무엇을 배울것인가?’라는 제목으로 10회에 걸쳐 3개월간 매주 특집으로 연재했다.
나는 유대인 주거지역 상업지역 회당 학교등에서 유대인들을 만나 설문과 인터뷰를 통해서 자료를 모아 분석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벧엘교회 교인들과의 설문해답자료와 비교했다. 유대인과 한국인이 지적한 장점들이 일치하는 결과를 보고 놀랬다.

왜 그럴까? 두 민족은 수천년에 걸쳐 겪고 온 고난의 역사적인 배경이 비슷하다. 이 가운데서 생겨난 민족의 정체성이 이루어 진 것이다. 두 민족은 미국으로 이민와서 살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일하는 목적이 다분히 자녀교육을 위한 것이다.

자신들이 희생해서 자녀가 성공하면 바로 그것이 행복이기 때문이다. 유대교와 유교사상의 전통은 부모와 윗사람을 존경하는 예의범절을 잘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열심히 배우려는 열정도 유대교와 유교의 저통에서 왔다고 본다.
그러면 단점들을 한번 살펴보자. 왜 한국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솔직하지 못할까? 유교사상에서 온 체면 때문일까? 남과 비교하는 의식 때문일까?
나는 콜럼비아에 있는 유대교 회당에서 유대인들이 서로 자신들의 어려움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과연 우리는 가슴속의 아픔을 다른 사람들과 솔직하게 나눌수 있는가?

많은 유대인 이민자들은 미국에 와서 열심히 벌어놓은 재산을 사회환원에 인색하지 않은 예들을 얼마든지 볼수있다. 존스합킨스병원에 “Ann and Harry Weinberg Building”이 좋은 예다.
그리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아직도 우리에게 적용되는 것인가? 우리는 유대인들의 조국 사랑은 너무 잘 알고 있다. 과연 한국인들은 어떤가?

미국에 있는 많은 유대인 청년들이 이스라엘 조국에 전쟁이 났을 때 자원하여 전선에 나갔던 장면들은 원정출산을 해서라도 자식의 병역을 기피시키려는 일부 한국 부모들과 비교해보면 가슴 아픈 일이다.
나는 한국인의 단점들을 논의하면서 이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에게 해당되는 것임을 깨닫고 마음이 숙연해진다.


허종욱 버지니아워싱턴대교수 사회학박사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