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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투병 생활에서 얻은 것들

지난날 뜻밖에 건강을 잃어 자유를 박탈당했다. 오랜 투병생활로 인해 표정마저 잃었다. 육신과 정신적 고통으로, 마음을 다스려도 어쩔 수 없이 우울해진다. 건강을 잃으면 모두를 잃는 것이기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청천벽력이요 좌절이다. 하나 좌절 앞에서도 좌절하고만 있을 수 없어, 넘어진 자리에서 돌이라도 들고 일어나는 나의 의지를 발견하는 계기였다.

처음 병났을 땐 완치되지 않으리란 생각을 못했다. 그때 그이는 병난 것도 운명이려니 하라고 했다. 난 섭섭히 들으며 무슨 이 정도에 운명 운운하나 했다. 한데 정말 그 말이 맞았다. 그이가 선견지명이 있어서도 아니고, 평생 아이들과 낯선 나라 낯선 땅에서 건강하게 혼자서 휘젓고 다니며 일 잘하던 내가 답답해서 조바심칠까 마음을 느긋이 가지라는 뜻이었던가 싶다.

살면서 생로병사라든가 생사화복 같은 단어를 지금만큼 많이 생각해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실은 좋아도 싫어도 그 같은 단어들이 내 곁에 바짝 다가들어 날마다 피부로 느낀다면 아마 내가 환자라는 사실 이외에도 인생의 골이 깊게 팰 정도로 연륜이 쌓여서가 아닐까. 밤새 안녕이라더니, 자고 나니 그런 경험을 하며, 결코 인생은 보장이 없다는 것을 절절히 느낀다.

사람은 진정 어려움이 닥치고 나서야 지난 날의 모든 좋은 조건들과 누렸던 것들에 대해서 깨우치는 아둔함을 지닌 것이 아닐까.




박유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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