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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비와 백파이프의 나라 스코틀랜드

김도수 / 자유기고가
김도수 / 자유기고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10/26 미주판 15면 기사입력 2019/10/25 17:37

스코틀랜드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쉽고 단순했다. JFK공항을 출발한 여객기가 동부 해안을 따라 캐나다 영토로 진입한 뒤 퀘백 북단 어느 지점에서 북동쪽 바다를 건너가면 잉글랜드 구성국 중 하나인 아일랜드 더블린공항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입국수속을 끝내고 프로펠러 소리 요란한 국내선 비행기에 옮겨 타고 약 한 시간 날아 해협 하나를 건너면 목적지 스코틀랜드 땅 글래스고다. 더블린까지의 비행시간은 6시간45분, 시차는 미국보다 5시간 빠르고 한국보다는 7~8시간 늦으니 거리상으론 얼추 아시아와 미국의 중간인 셈이다.

대서양의 최북단 잉글랜드에서 바라보는 세계는 다른 느낌이다. 마치 이들 나라가 출발점이고 이들을 중심으로 세계가 움직이는 것 같아서다. 지중해 한가운데 발을 딛고선 그들이 배를 저어 남하하다 기수를 우측으로 향하면 아메리카 대륙이고 좌측으로 가면 아프리카다. 그래서 1492년 신대륙을 발견한 컬럼버스가 7개월만에 금은보화를 가득 싣고 돌아오자 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이 개선장군처럼 환대하였고 이를 시기한 사람들이 '배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 보면 누구한테나 발견되는 것이 신대륙인데 뭐 그렇게 유세 떨고 있느냐고' 시비를 걸었다는 말이 영 틀린 말이 아닌 이유이기도 하다.

스코틀랜드에서의 열흘은 꿈처럼 빨리 지나갔다. 멋진 석조건물과 유서 깊은 성당, 예술조각 작품들이 시가지를 장식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마치 현대인들이 변화와 편리를 거부한 채 옛 것을 고집하며 백투더 중세를 재현하나 싶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도시를 벗어나면 수많은 호수와 산기슭을 따라 흐르는 시내와 폭포, 푸른 초원과 그림 같은 집들이 조화를 이룬 가운데 점자처럼 가뭇가뭇 수많은 양들이 풀을 뜯고 있다. 왜 영국이 세계 최고의 모직기술로 신사들의 멋을 선도했는지 가늠이 된다.

여러 방문지 중 으뜸은 스코틀랜드 수도이자 역사의 도시 에딘버러였다. 글래스고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45분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곳으로 최고의 방문지는 언덕 위 회색 빛 바위 캐슬락에 병풍처럼 우뚝 서 있는 성(캐슬)이다. 출입구를 제외하면 사방을 돌고 돌아도 험하게 깎아지른 듯한 바위 위에 위태롭게 쌓은 성으로 중세에 스코틀랜드 왕과 왕족이 살았던 장소란다.

그러나 최고의 관광자원으로 수많은 여행객을 끌어모으는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상징 에딘버러 캐슬! 그곳 시민들에게는 애환 가득한 역사의 아이러니 현장이다. 그 옛날 한지붕 4가족의 맏형격인 영국으로부터 무려 26번이나 침입을 막아낸 흉터와 아픔이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성벽에는 엄청난 구경의 대포가 당시의 절박했음을 설명하고 전시된 창이며 칼, 갑옷들에 희생자들의 억울한 피가 서려있는 듯하여 섬뜩하다.

에딘버러 캐슬을 오르는 길목에 위치한 'The Elephant house'의 감회 또한 괜찮다. 제이 케이 롤링이 해리포터를 집필했던 장소로 소문나서인지 방문객이 줄을 잇는 가운데 'Birth Place of Harry Potter'란 설명과 함께 벽에 걸린 집필 사진들의 액자들을 바라보며 맛보는 커피와 케이크의 달콤함은 인상적이다.

스코틀랜드라는 나라는 비가 많다. 빗소리와 함께 아침 눈을 뜨고 빗속을 누비며 출퇴근을 한다. 또 하나 스코틀랜드 하면 상징되는 것이 백파이프다. 타탄 체크무늬 퀼트 치마에 진한 초록색 상의와 검정모자를 쓴 연주자가 뿜어내는 처량하고 맑은 노래는 여행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마력이 있다. 그리고 끄떡인다. 당신들 속에 있는 애환과 삶의 무게를 짐작하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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