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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보복율법과 자기희생 마 5:29-45

차재승 / 뉴브런스윅 신학대학원 교수
차재승 / 뉴브런스윅 신학대학원 교수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10/26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9/10/25 17:58

지난 칼럼에서 하나님의 정의는 보복하는 정의가 아니라 고쳐주시는 정의라는 것을 다루었다. 예수께서는 마태복음 5장에서 구약의 보복율법(lex talionis,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갚을지라, 레24:20)을 재설정하신다: "또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5:38-39). 그리고 이어서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시는 것처럼 우리도 "원수를 사랑하라"고 선포하신다(5:43-45). 악에게 악으로 갚지 말라고 하시면서 보복율법을 수동적으로 금지하셨을 뿐만아니라,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하시면서 능동적으로 새로운 법, 사랑의 법을 세우셨다.

그런데 이 말씀을 하시기 전에 보복율법을 연상시키는 말씀도 하셨다: "만일 네 오른 눈이 너로 실족하게 하거든 빼어 내버리라 네 백체 중 하나가 없어지고 온 몸이 지옥에 던져지지 않는 것이 유익하며"(마5:29). 이 얼마나 심각한 대비인가!.

자기 자신의 죄악에 대해서는 보복율법과 같은 엄밀한 법을 적용하고, 타인의 죄에 대해서는 보복율법과는 정반대로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고 그들 요구보다 더한 것을 행하며, 심지어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말씀이다. 도대체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이런 극단적인 대비로 살아가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것인가? 뿐만 아니라 타자에 대한 극단적인 수용과 자신에 가하는 극단적인 자기희생이라는 "예수의 법"이 정의롭지 못한 타자ㆍ사회ㆍ국가에 순응하는 기독교인들을 양산한 것은 아닌가? 세가지 점을 생각해보자.

첫째, 자신의 신체에 가하는 보복율법같은 엄밀한 법은 "자신에게 가하는 보복"보다는 "신체같은 죄"의 속성을 드러낸다. 죄는 우리 몸이다. 도려내야 할 부분이 얼마나 다양하고 많을까! 교만, 중독, 미움, 욕심, 무관심, 무지, 이기심…. 이런 모든 악의 근원이 마치 우리의 눈과 이처럼 도저히 뗄레야 뗄 수 없는 우리 자신의 일부로 우리에게 고착되어 있다. 신체 그 자체도 죄의 일부를 담당한다. 실제로 손과 눈과 발과 몸으로 짓는 죄가 얼마나 많은가! 두 손으로 부지런히 악을 행하고 있지 아니한가!(미7:3) 성적인 타락은 성경이 다루는 중요한 주제가운데 하나인데 인간의 신체적 욕망과 깊은 연관을 가진다. 더 나아가, 눈을 통해서 욕심이 들어오고, 손이 소유를 부추기며, 발이 점령을 향한 폭력으로 우리를 인도하고, 마침내 타인을 죽음으로 몰고간다. 이로 인해서 우리의 속사람까지 죄에 깊이 물들고, 사회적 관계가 파괴된다.

둘째, 하나님의 정의는 보복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일어나는 고쳐주시는 정의이다. 따라서 우리의 삶 속에서도 "타자의 악에 대한 보복"과 "정의를 이루기 위한 사랑의 싸움"을 잘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왼쪽 빰까지 내어주라"는 말씀은 보복을 금한 것이지만, 불의에 대한 저항을 포기하라는 말씀이 결코 아니다. 예수는 당시 종교지도자들의 악에 대해서 맹렬히 비판하고 저항하셨다(마23:1-36).

셋째, 고쳐주시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선하신 뜻 속에는 우리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반응할 수 있는 인격적 역동성과 엄격함이 함께 한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고쳐 주시지만, 그 "고쳐주심"에 우리도 반응해서, 자신의 손발을 도려내 듯이 자신의 죄악을 스스로 도려내는 "자발적 고침"의 과정을 경험하기를 원하신다. 하나님의 인격적 사랑은 죽은 사랑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랑이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의 삶 속에서 타자에게는 보복과 정의를 구분하고, 자신에게는 보복같은 엄밀함을, 하나님과는 인격적 역동성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어렵고도 어려운 일이다. 은총의 예수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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