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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가정폭력은 치료 가능한 '병'이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LA중앙일보] 발행 2019/10/28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9/10/26 11:46

내 동생 영희는 지난 40년간 워싱턴주 타코마 병원에서 수석 간호사로 일하며 3명의 자녀를 훌륭하게 키웠다. 얼마 전 자신의 생일과 첫 손자의 돌을 맞아 나를 비롯한 많은 친구들을 바닷가에 있는 자신의 집에 초대했다.

육해공군 기지가 주둔해 있는 타코마시에는 많은 한국 이민 가족들이 살고 있다. 그중에는 한국에 파병됐던 미군이 한국인 여성을 만나 결혼한 국제부부도 많다. 이번에 모인 여섯명 중 동생과 나를 제외한 네명 중 둘은 국제부부, 다른 두명은 한인 부부였다. 그 모임에 참석했던 A의 이야기다.

한국에 살았던 A는 좋은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 소원대로 교사가 됐다. 그러던 중 중매로 만난 동갑의 유학생과 결혼을 했다. 완벽한 결혼이라는 말도 들었다. 유학 후 대학 교수의 꿈을 이루려는 남편을 내조하기 위해 자신의 소망을 접었다.

매사에 성의를 다하고 겸손한 성품의 그녀를 남편은 신체적, 언어적, 심리적으로 학대하면서 괴롭혔다. 경제적으로 쪼들려야 했던 유학생 생활, 공부가 너무 힘들어서 그러겠지 여기며 그녀는 참았다. 박사학위를 마치면 나아지겠지라고 희망했다.

남편의 폭력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던 그녀를 미국인 이웃이 경찰에 연락했다.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진 후에야 폭력은 잠시 중단됐다.

박사학위를 마친 후에 남편은 지도 교수가 알선해 준 미국에서의 취직 자리를 거절했다. '한국에 가야 내가 마음대로 내 마누라를 다룰 수 있으니까'라는 심정이었다.

두 자녀 중 둘째 딸은 미국에 남아서 공부한다며 부모와 같이 귀국하는 것을 거부했다. 큰 아들도 결국은 다시 미국에 돌아와 전문 공부를 마쳤다. 취직을 기다리는 동안, 그리고 크고 작은 직장에서의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남편은 그녀를 분노의 표적으로 삼았다. 욕설과 구타는 물론 친정에 대한 비난까지 그치지 않았다. 일주일에 7일 술을 마시는 알코올중독 증세는 더욱 심해졌고 가끔은 밤새 술을 마시고 한두 시간 잠을 잔 후 강의를 하러 나갔다. 그에게서는 늘 술 냄새가 풍겼다. 정서의 변화가 극심했다. 자살하겠다는 말을 자주 했고 죽이겠다는 위협도 반복했다.

구글에서 양극성 우울증(Bipolar Depression)의 진단을 위한 질문 상황을 A에게 보여주었다. 거의 100% 자신의 남편에게 해당된다고 했다. 미국 통계상으로 인구 50명 중에 한 명꼴로 나타날 수 있는 이 병은 유전인자를 통해 자손에게 대를 물려가는 경향이 매우 크다. 그의 외가 쪽에 이미 자살한 사람이 있고 몇명은 조울증 진단을 과거에 받았으나 현재 치료를 거부하며 주위 식구들을 괴롭히고 있단다.

"조울증은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뇌전파 물질들의 불균형 상태 때문에 생기는 만성적인 두뇌의 병이지요. 따라서 상담과 함께 적합한 정서 안정제를 사용한 약물치료를 하면 가정이 원만해지고 정상적인 직장·사회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단지 이 환자들은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고 고집을 부리며 의사나 약물치료를 거부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자녀를 비롯한 친구나 친척들이 합심해 정신과 의사의 진단을 받도록 환자를 설득해야 합니다. 그렇게 노력해서 삶의 평화를 찾고 행복한 앞날도 꿈꾸기 바랍니다."

나의 말을 들은 A의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 다음 번 모임에서는 행복해진 그녀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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