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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교토에서 만난 먼 옛날의 우리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10/28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19/10/27 15:46

일본에 가면 다른 나라에 갈 때와는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다른 점도 많지만 닮은 점도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교토를 가면 우리나라와 교류의 흔적이 여기저기에 자리하고 있어서 감정이 흔들리게 됩니다. 그래서 교토에 갈 때는 늘 공부를 합니다. 제대로 보고, 느끼려면 알아야 합니다. 좋은 마음으로 찾아가서, 아는 것을 감정으로 적는 일이 교토 여행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은 교토의 역사책에서 읽은 광륭사(廣隆寺)와 가노코 신사(누에신사)를 가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묵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고, 지난번에 이미 장소를 알아두었기에 잘 다녀 올 수 있었습니다. 스케치로 그려놓은 그림에 오늘은 채색을 하는 느낌입니다. 알맞은 느낌으로 색칠을 해야 하겠습니다. 짙고 옅음도 잘 덧입혀 졌으면 합니다. 이번 여행은 책으로 읽고, 자료를 찾은 후에 찾아가는 발길입니다. 여행에도 공부가 필요합니다.

우선 이야기의 흐름을 위해서 광륭사.누에신사를 순서대로 다니기로 했습니다. 광륭사.누에신사는 모두 도래인(渡來人) 하타 씨와 관련이 있는 곳입니다. 도래인은 일반적으로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일본 기록에 따르면 서기 372년 백제에서 1만8670여 명을 데리고 일본으로 건너왔다고 하니 자손이 늘어났다면 지금은 교토 인구보다 더 많은 사람이 하타 씨의 후손일 수도 있겠습니다. 당시 하타 씨는 제방을 쌓는 기술이나 비단을 짜는 기술, 술을 만드는 기술에 빼어난 능력을 가진 집안이었습니다. 모두 매우 중요한 분야였고, 당연히 큰 재산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그 재산으로 마을과 정부를 위해 절과 신사 등을 세운 겁니다. 번 돈을 사회를 위해 쓰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중요한 일입니다.

광륭사는 한국 사람이라면 꼭 한 번 가 보기를 권합니다. 광륭사에는 일본 국보 제1호인 목조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중요한 불상은 특별한 날에만 공개하고 평상시에 보여주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걱정했는데 이 반가사유상은 다행히 항시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전시실에는 이 밖에도 여러 일본의 국보인 불상이 있었고, 그 밖에도 수많은 중요 문화재가 있어서 보는 내내 감동적이었습니다. 물론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의 감동과는 결이 좀 달랐지만 말입니다.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 국보 78호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형제처럼 닮아있습니다. 같은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영향의 방향을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우나 당시 불교의 수준이나 전파 방향을 볼 때는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불상에 쓰인 나무가 한반도에서 나는 나무라는 논의도 이런 생각을 뒷받침합니다.

저는 영향의 방향보다는 서로 닮아있고, 서로 즐거운 교류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 봅니다. 일본에 오면 백제나 고구려, 신라의 이름을 담은 불상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일본 교토나 나라에 있는 중요한 절도 도래인이나 그 후손이 지은 경우가 많습니다. 절이나 신사의 유래를 적어놓은 글을 보면 그렇게 쓰여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솔직히 영향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미륵보살 반가사유상 앞에는 앉아서 기도할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한참을 앉아서 바라보고, 기도하였습니다. 고통이 없고, 평화가 있는 세상을 다시 꿈꾸어 봅니다. 많은 사람이 서로 다른 소원을 간절히 기원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에신사에는 세 기둥 도리이[島居]가 있어서 관심이 갔습니다. 삼주(三柱) 도리이는 일본에서 이곳에만 있다는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왜 세 기둥으로 만들었을까요? 수수께끼가 한 가득입니다. 기독교 삼위일체의 영향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 눈길을 끕니다. 상상의 날개가 끝없이 펼쳐집니다. 오늘 아침은 날이 흐리고 비가 내려서 광륭사도 누에신사도 사람이 없습니다. 좋은 풍경과 역사의 자리를 오롯이 즐기며 옛사람의 기억을 제 기억 속에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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