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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배려

항암 치료를 받아 병은 치료했으나 머리가 빠져 학교에 나오기를 주저하는 친구를 위해 머리를 삭발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종종 듣는다. 뇌종양으로 머리가 다 빠진 캘리포니아의 엘카미노 크리크 초등학교 4학년 트래비스 셀린카 라는 남자아이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놀리지 않을까 걱정하며 등교를 했다. 그러나 교실에 들어선 순간 트래비스는 자신처럼 머리를 빡빡 깎고 모두 일어서 손뼉을 치며 맞아주는 반 친구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오클라호마주 에드먼드에 사는 루크 넬슨은 초등학교 3학년이다. 그는 탈모증으로 눈썹부터 머리털까지 모두 빠져버렸다. 한창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놀 나이인 루크는 집안에 틀어박혀 살았고 어쩌다 밖에 나갈 때는 항상 모자를 눌러쓰고 친구들을 피해 다니며 주눅이 들어 지내고 있었다. 가족들은 루크의 이런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7살 동생과 11살 형, 그리고 아빠까지 루크를 위해 머리를 빡빡 밀었다. 루크가 다시 자신감을 얻었던 계기는 루크의 반 아이들 모두가 루크를 위해 동네 미용실로 몰려가서 모두 삭발을 한 것이다. 옛날처럼 자신들과 신나게 뛰어놀 수 있도록 배려한 8살짜리 어린 아이들의 마음이 아름답다.

배려는 누군가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 그 사람의 처지에 서는 것, 그리고 다가가 그를 보살펴주려고 마음을 쓰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진정한 배려는 내 손길을 자랑하지 않으며, 상대를 불쾌하게 하거나 부끄럽게 하지 않는 것이아닐까 한다. 맹자가 말하기를 ‘공자불모인(恭者不侮人), 공손한 사람은 남을 모욕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시골에서 읍내에 있는 중학교까지 몇 시간씩 걸어서 학교에 다니던 가난한 아이는 늘 점심을 싸 오지 못했다. 담임 선생님은 일부러 큰 도시락에 밥을 꾹꾹 눌러 담아 가지고 와서 ‘마누라가 밥이나 많이 먹으라는지 너무 많아서 혼자 다 못 먹겠다’고 투덜거리며 반을 덜어낸 도시락을 아이에게 주곤 했다. 아이는 훗날, 그때의동급 반이었던 친구에게 그 선생님과 사모님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얘기하자 그 친구는 모르고 있었느냐며 그 선생님의 사모님은 일찍 돌아가셔서 그 당시 선생님은 혼자 살고 계셨다 라고 했다. 도시락을 받는 아이가 부끄럽지 않도록 애써 사모님 핑계를 대신 선생님의 사랑이 너무나 고맙고 고마워 그는 평생 그 선생님을 가슴 깊이 담고 사노라고 한다.



명절에 가족파티를 준비하는 딸네 집에 갔다. 캔에 든 음식을 쏟고 빈 캔을 한 번 물에 헹궈내고 버리려는데 딸이 제가 하겠다고 빈 캔을 빼앗는다. 딸은 쓰고 버리는 지퍼백들을 모아 두었다가 그 빈 캔을 싸고 또 싸고 한다. 왜 그렇게 하냐고 물었더니 그 예리한 빈 캔에 손을 다쳐서 오는 사람을 많이 본단다. 딸은 병원에서 X-ray 찍는 일을 한다. 대개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급하게 빈 캔들을 들어 올리다가 다친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힘줄까지 다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손가락이 절단되어 오는 이도 있다고 한다. 그들의 상처를 X-ray로 찍으며 마음이 아파 저라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렇게 한다고 한다. 저도 바쁘게 살면서 귀찮지만, 보이지 않는, 알지도 못하는 어떤 이들의 안전을 바라는 작은 마음 씀, 이런 것이 배려가 아닐까? 딸에게서 배운 이런 배려로 나도 빈 캔을, 쓰고 버리는 지퍼백에 여러 번 싸고 있다.


이경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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