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하의 삶이 있는 풍경] 백예자 씨의 여든 예찬
여든 꽃 백예자 씨는 바쁘다. 요즘처럼 인생이 맛깔 난 적이 별로 없었다. 눈뜨고 바라보는 모든 것이 보물 같은 날들이다. 몸은 날아갈 거 같고 마음은 도로 사춘기 소녀다. 하루하루가 즐거우면 인생에 있어 나이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 되고 만다. 나이가 있다고 아무 곳에서나 대접받으려는 사람은 인생을 잘 못산 사람이다. 그런 꼰대의 무리 속에 꽃처럼 향기롭고 우아한 사람이 그녀다. 그녀는 오늘도 주섬주섬 무용복을 챙겨 학원으로 출발한다.
그녀는 일주일에 5번 한국무용을 배우러 학원에 간다. 평생 미루어왔던 숙제를 끝내려는 듯 무섭게 파고든다. 예전 같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한동안 몸이 불편했는데 무용을 하면서 건강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몸과 마음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삶에 애착이 간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지고 가고 싶은 곳과 먹고 싶은 것이 많아진다. 그게 그동안 잊고 살았던 진짜 삶이다.
백예자 씨는 지금 달라스를 대표하는 춤꾼이다. 코리안 페스티벌 5년 연속 출연, 코리안 헤리티지 나잇 4년 연속 출연, 달라스 예술제 및 국악협회 주최 국악대축제와 뉴저지 국악콩쿠르 La 콩쿠르 등 수많은 무대를 빛낸 주역이다. 언제부턴가 국악과 무용이 들어왔고 그 내림을 통해 그녀는 전성기를 누리는 중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니 여행도 자주 하고 학원과 행사를 통해 더 많은 사람과 교류하며 여든 청춘을 즐기는 꽃이다.
나이 먹음은 흉이 아니다. 나이 먹은 꼰대 행세를 하는 것이 흉이다. 나이가 찰수록 집 밖으로 나서야 한다. 배우고 느끼고 맛보고 얘기하며 느끼는 모든 감정이 우리를 행복하게 이끄는 삶의 원동력이다. 시집살이와 자식살이가 끝났으면 내 본연의 살이로 돌아가자. 여든이든 아흔이든 나이와 상관없는 진짜 내 인생의 꽃을 활짝 피우자.
글·사진 김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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