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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카이로스의 삶으로 한해를

지난 토요일 설 전후 한국으로부터 꽤 많은 덕담성 메시지를 받았다. 대개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내용이다. 물론 그중에는 지금 중국을 패닉상태에 빠뜨리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염려와 대처법도 포함되어 있다. 마늘 8통을 칼등으로 으깬 뒤 7컵의 물을 넣고 3분을 끓여 매일 두 번 7일을 복용하라거나 외출 시 반드시 안티푸라민을 코·입 등에 바르고 나가라, 당근·생강·두부·꽁치·부추·미역·다시마·검은깨·녹차 가루 같은 것으로 면역력을 기르라는 고마운 충고 같은 것이다.

성경 전도서에는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다고 말한다. 지혜의 왕이자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화를 경험한 솔로몬의 말이니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그는 모든 인생은 날 때와 죽을 때가 있고 심을 때 뽑을 때가 있다.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헐 때도 있고 세울 때도 있다. 울 때 웃을 때, 슬퍼할 때 춤출 때도 있으며 돌을 거둘 때도 있다고 말한다.

그 외에도 찾을 때, 잃을 때, 지킬 때, 버릴 때, 찢을 때, 꿰맬 때, 잠잠할 때, 말할 때, 전쟁할 때, 평화로울 때 등도 있단다.

헬라(희랍) 문화에는 크로노스(Chronos)와 카이로스(Kairos)라는 두 가지 시간 개념이 있다. 크로노스는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시간, 해가 뜨고 지면 하루, 달이 차고지는 한 달, 해가 지구를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 년 같은 수평적이고 직선적인 것으로 인류의 역사나 연대기(Chronicle)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반면 카이로스 개념은 수직적, 초월적 의미의 시간이다. 개인의 노력과 결단으로 자신에 맞춰 시간을 늘릴 수 있거나 줄일 수 있다. 특별히 인간의 능력에 신의 영역을 가미시켜 과거도 현재로, 미래도 현재로 활용하므로 매일의 삶에 소망을 갖고 기회를 찾다 보면 솔로몬이 말하는 기뻐하며 선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카이로스적 사고다. 극단적으로 말해 크로노스의 삶이 죽은 물고기가 물을 따라 정처 없이 떠밀려가는 것이라면 카이로스의 삶은 폭우 속을 거슬러 오르는 은어(銀魚)처럼 시간의 주인이 되어 무의미한 반복을 벗고 새로운 창조 속에 여유와 평안을 누리는 엣지 있는 생을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 박물관에 가면 모습은 사람이나 풍기는 전체 인상은 동물 같은 이상한 모형의 조각상이 있다. 제우스의 아들 카이로스의 형상이다. 기회의 신인 그의 앞머리는 숱이 무성한 데 비해 뒤는 완전 대머리다. 양어깨와 발에는 날개가 달렸고 양손에는 저울과 칼을 들고 있다. 설명에 따르면 앞머리의 무성한 숱은 앞에서는 쉽게 낚아챌 수 있지만 뒤 대머리는 지나가면 놓치기에 십상이라는 뜻이란다. 양발과 어깨의 날개는 빨리 지나감을 의미하고 저울과 칼은 정확한 판단과 계산을 하되 결심이 서면 민첩하게 행동에 돌입하라는 의미다. 기회라는 의미를 이렇게 알기 쉽게 표현한 그림이나 조각이 또 있을까 싶다.

이제 어제를 거울삼아 오늘을 카이로스로 살면서 때를 따라 역사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시는지 조용히 기다려보자. 경자년 새해 아침.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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