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기 고] 미국 문화계에 공헌하는 이민자들

LA 필하모닉의 음악 예술 감독인 구스타보 두다멜은 베네수엘라 출신 남미 이민자이다. 그의 오케스트라는 음악 애호가들의 존경을 받으며 수준 높은 연주곡들로 사랑 받고 있다. 작년에 창단 100주년을 맞은 LA 필하모닉은 새로운 100년을 향해 혁신을 만들어 가고 있다.

2007년 4월 시카고 심포니를 객원 지휘하던 두다멜은 에사페카 살로넨의 후임으로 LA 필하모닉의 차기 음악감독에 임명됐다. 2009/2010년 시즌부터 2019년 시즌까지 임기를 수행했고, 계속해서 임기는 2025/26시즌까지 LA필 음악·예술감독 직책으로 연장 계약됐다.

그는 2020년 첫 무대로 지난 2월 하순 의미심장한 ‘드보르자크와 아이브스’(Dvorak & Ives) 레퍼토리를 연주했다. 이 연주에서 두다멜은 체코 출신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걸작 교향곡 7, 8, 9번과 미국 작곡가 찰스 아이브스의 교향곡 1번부터 4번까지를 선보였다.

2020년 시즌 첫 레퍼토리는 두다멜의 혁신성과 통합성이 남미 이민자 출신 배경과 어우러진 절묘한 조합이다. 역시 이민자인 체코 출신 천재 작곡가 드보르자크(1841-1904)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와 순수 미국 코네티컷주 댄버리 출생인 찰스 아이브스(1874-1954)의 교향곡 3번 ‘캠프 미팅’ 연주이다.



미국 정부는 130여년 전만 해도 척박했던 클래식 음악계를 발전시킬 젊은 음악가를 양성할 목적으로 뉴욕 음악원을 설립했다. 그리고 원장 자리를 맡을 적임자로 유럽과 미국에까지 명성이 높던 드보르자크를 초빙했다.

이민생활 동안 조국을 그리워하며 쓴 망향곡인 교향곡 9번에 대해 드보르자크는 "미국을 보지 않았더라면 이런 교향곡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라며 “내가 인디언이나 흑인 음악을 연구해 미국의 민요정신을 넣어 작곡했다”라고 했다. 그가 '신세계로부터'라는 제목을 붙일 때 염두에 두었던 것은 미국의 광활한 자연과 대도시의 활기에 대한 지울 수 없는 인상이었다.

이방인 천재 작곡가의 유럽 전통 관현악과 프라하의 보헤미안 운율이 신세계 아메리카로 넘어와 미국 전통 민요와 광활한 자연을 조합해내는 창조적, 융합적인 예술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미국이 낳은 위대한 작곡가 찰스 아이브스는 20세기 후반 음악 발전에 영향을 미친 혁신적인 인물이다. 음악교사였던 아버지로부터 음악을 배웠고 12세에 교회 오르간을 연주했다. 1890년 ‘수확의 노래’를 작곡해 예일대에 입학, 당시 유명했던 작곡가인 호레이쇼 파커를 사사했다.

1940년대 초반 자유롭고 상상력이 풍부한 양식으로 미국적 주제가 담긴 피아노 작품들을 발표해 주목 받기 시작했으며, 실내악곡, 합창곡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작년에 창단 100주년을 보낸 이후 금년 첫 연주곡으로 이 두 작곡가를 콘트라스트 한 것은 LA 필 단원들의 출신의 다양성과 통합성을 부분적으로 대변해 주는 것이다. 이방인과 순수 혈통인 두 작곡가들의 독창성을 비교하면서 또 다른 100년을 혁신과 다양성으로 진화해 나가겠다는 구스타보 두다멜의 의지를 느낄 수가 있다.

천재성과 혁신성을 바탕으로 한 두다멜이 LA 필하모닉에 시도하는 끓임 없는 변화와 발전은 130년여 전 그의 이민자 선배인 드보르자크가 미국 클래식 분야에 도입한 혁신과 문화 융합을 연상하게 한다.

천재성을 가진 이민자들이 미국 문화예술 분야 발전에 기여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종오 /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 부총장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