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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액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돈

코로나바이러스에 휩쓸리면서 우리가 얼마나 얇은 얼음 같은 땅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지 새삼 느낍니다.

미국 사람 절반은 갖고 있지도 않고, 그나마 90%는 돈 많은 10%가 움켜쥐고 있는 주식 시장이 무너지는 게 겁나서가 아닙니다. 정부가 돈을 마구 쏟아부으며 시장을 살리려 하지만 널뛰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없는 이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주식 한 줌 없고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많은 사람은 일하던 가게가 문을 닫아 갑자기 돈을 벌 수 없게 됐습니다. 내달 렌트를 낼 수 없습니다. 사재기로 마켓 선반이 텅 비어 있다고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사재기할 돈이 없으니까요. 다섯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불길하게 내다보는 이도 있습니다. 가게 주인들도 일터에서 쫓겨난 이들과 처지가 다르지 않습니다. 문을 닫거나 벌이가 줄어든 채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요.

아시안들은 인종혐오 범죄까지 견뎌야 합니다. 나라 꼭대기에서부터 마치 범죄를 부추기는 것처럼 차별의 북을 쳐대고 있습니다.



민권센터는 많이 갖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일을 합니다. 그래서 이런 물음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일자리가 없어져 렌트를 낼 수 없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나요? 돈을 못 번다고 집주인에게 알려야 하나요?”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다행히 세입자를 쫓아내는 일은 비상사태를 맞아 멈췄습니다. 하지만 바닥이 난 살림은 어떻게 이어갈까요. 얼마간의 정부 도움이 있겠지만, 턱없이모자랄 게 뻔합니다.

또 영주권, 시민권, 서류 미비 청년 추방유예(DACA), 푸드스탬프, 아파트 렌트 보조 신청과 세금 보고 등 미룰 수 없는 일들이 어긋나지 않을까 두려워 묻습니다. “민권센터도 문 닫는 거 아니지요?”

물론 문을 닫지 않습니다. 여러 사람이 오는 모임들은 미루고, 만나지 않아도 될 일은 전화나 온라인으로 다룹니다. 찾아오는 것도 되도록 피하고 전화를 해달라고 알렸습니다. 일꾼들의 몸도 챙겨야 하기에 사무실에 나오는 사람을 줄였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문을 열기로 다짐했습니다. 민권센터뿐 아니라 많은 비영리 봉사단체들이 그렇게 일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와 함께 어려움을 이겨 내자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도움의 손길이 더 많아야 합니다. 그리고 불평등을 더 깨달아야 합니다. 없는 사람들을 더 돌보는 그런 나라가 돼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일꾼으로 뽑고, 나라 곳곳 살림도 그렇게 꾸려야 합니다. 이런 말 하면 뭐하나 싶은 너무 뻔한 얘기입니다. 하지만 뻔한 일이 이뤄지지 않으니 하루하루 “안녕하세요”라고 묻듯이 자꾸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갑송 / 민권센터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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