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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사회적 거리 두기’의 파급 효과

인간의 위기 회복력에 대한 연구들에 따르면 어떤 사람이 재난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능력, 즉 회복 탄력성(Resilience)은 그 사람이 과거 위기에서 얼마나 빨리 일상을 회복했는지를 통해서 예측할 수 있다. 회복 탄력성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온 삶의 여건, 생각과 행동, 시스템 등에 의해 복합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다른 어떤 민족보다 역경을 잘 이겨낸 민족이란 자부심이 있다. 식민지에서 해방된 뒤 불과 70여년 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이 된 오늘까지 대한민국은 수차례 국난을 겪었지만 모두 이겨냈다. 이를 회복 탄력성 이론에 대입하면 이번 감염병 위기도 결국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현격히 줄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리지만 아직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리고 이제는 두려움으로 증폭된 국민의 심리적 고통과 스트레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의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65%는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온다. 반면 정신장애를 겪는 사람 중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은 22%에 불과하다. 안타깝게도 국민의 심리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위한 적극적인 개입은 사회 경제적 수준보다 상당히 부족하다.



해외의 많은 나라에서는 재난구호 과정에 심리상담이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그러나 한국은 국민 개개인이 겪는 심리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적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심리서비스가 다른 OECD 회원국들과 달리 여전히 제도화하지 못해 안타깝다. 위기상황에서 심리상담의 필요성이 부각됐지만, 평상시에도 심리적 위기를 경험하는 국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또 하나 살펴봐야 하는 것은 ‘사회적 거리 두기’의 심리사회적 파급효과다. 이번 코로나19는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무증상 감염이 적지 않게 관찰되기에 모든 만남은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감염병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불가피한 삶의 방식이 된 셈이다.

사실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는 현재까지 전체 인구의 0.0002% 정도다. 반면 사회적 거리 두기는 모든 국민이 영향을 받는 일상생활의 큰 변화다. 개학과 개강이 늦춰지며 학생과 수험생의 스트레스도 심하다. 가정에서도 돌봄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생활 반경이 제한되면서 이와 관련된 스트레스가 모두를 짓누르고 있다. 소상공인을 비롯한 경제 주체의 어려움은 역대 최악이란 탄식이 나온다.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기에 다른 사람의 도움과 위로를 받아야 하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이런 경험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혼자 사는 인구가 대도시에서 30%를 넘어선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는 자칫 사회적 고립이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뇌 영상 연구를 보면 사회적 배제를 당한 사람에게서 신체 통증을 느낄 때와 유사한 뇌 반응이 관찰된다. 외로움으로 인해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은 담배 열다섯 개비를 매일 피우는 것과 같다는 연구도 있다. 지금은 철저한 코로나19 방역과 동시에 마음의 두려움과 고통을 치유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회복 탄력성을 발휘할 때다. 가장 고통이 심한 환자와 유족의 아픔을 위로하면서 언젠가 돌아올 평범한 일상을 준비할 때다.


최진영 /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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