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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언행일치와 말의 무게

‘Walk the talk’는 우리말로 ‘언행일치’다. 원래 “Walk it like you talk it”이었는데 점점 축약해 ‘Walk the talk’가 됐다고 한다. “Act it like you talk it” 해야 ‘네가 말한대로 행동하라’일 것 같은데 ‘Walk’가 들어간 이유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들을 ‘소요학파(peripatetics)’라고 부른다. ‘소요’라는 말은 ‘자유롭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는 뜻이고, ‘소요하는 사람’은 ‘페리파테틱(peripatetic)’이다. 그들은 소요하면서 어떠한 삶을 살아야 옳은 것인가, 곧 ‘덕(virtue)’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거기서 유래해 ‘Walk the talk’는 ‘언행일치’가 됐다고 한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따르면 ‘덕’이란 고통과 쾌락에 직면했을 때 취해야 할 자세이고, 올바른 방식으로 행동하려는 성향이다. 이것은 이성적인 사고나 가르침이 아니라 습관과 실천을 통해 이루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덕이 있는 사람’에게서는 그가 지닌 모든 덕이 드러난다고 하니 이는 공자가 얘기한 ‘군자(君子)’와 비견할 수 있다.



논어는 ‘군자란 의(義)로 바탕을 삼고 예(禮)로 그것을 행하며 겸손으로 그것을 말하고 신(信)으로 그것을 이룬다’고 정의한다. ‘의로 바탕을 삼고 예로 그것을 행함’은 태도와 행실을, ‘겸손으로 그것을 말하고 신으로 그것을 이룸’은 언어를 가리킨다고 한다.

정약용은 ‘겸손으로 그것을 말함’은 자신을 낮춰 말함을 뜻하며, ‘신으로 그것을 이룸’은 행함과 말함을 총괄한다고 보았다.(심경호 ‘동양고전강의’)

어릴 때 아버지는 우리에게 ‘군자대로행’이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아버지 세대만 하더라도 유교사상이 뿌리 깊게 영향을 미쳤고, ‘군자’가 되는 것이 삶의 궁극적인 목표였던 것 같다. 그때는 도포 자락 펄럭이며 큰 길로 걸어가는 아버지를 상상하며 그게 군자인가 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Walk the talk’를 큰 길로 소요하며 걸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게 곧 군자가 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소인배는 말이 앞서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니 감히 큰길을 못가고 뒷골목으로만 다니면서 ‘Talk the talk’만 하는 것이다. 영어로 ‘Talk the talk’는 언행 불일치를 말한다. 서양이나 동양 철학이나 매 한가지이로 행위가 따르지 않고 말만 앞서는 것을 아주 경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페이스북 친구 한 명이 매일 딸과 달리기 하며 그 사진과 기록을 포스팅 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Walk the talk’를 실천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모티베이션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퍼뜨릴 수 있는 요즘, 내가 하는 말의 무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나의 말은 ‘Talk the talk’ 인가, ‘Walk the talk’인가?


김지현 / 수학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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