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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단결의 두 가지 의미

단결은 하나로 뭉친다는 의미입니다. 즉 마음도 몸도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오해가 시작됩니다. 하나가 되려면 개인이 희생되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이 없어지고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을 소중히 여기는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하나는 전체를 위해 일을 하고, 전체는 각각 하나를 위해서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일은 즐거운 것이고 행복한 것이어야 합니다. 힘이 들지만, 모두에게 좋은 것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개인은 개인의 이득을 떠나려 노력해야 하지만 전체는 개인의 이로움을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단결은 힘이 생깁니다. 전체의 발전이 곧 개인의 발전이 됩니다. 물론 개인이 모두 발전하는 것이 전체의 발전에는 큰 힘이 됩니다. 어느 부분도 소홀하게 다루지 않는 세심함이 단결의 기본입니다. 개인과 전체는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꼭 기억해야 하는 점입니다. 이때 전체라는 말 대신 ‘거체(擧體)’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거체는 거국적(擧國的)이라고 할 때의 느낌과 비슷한 것으로 모두 함께한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부분의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부분마저 포함하고 있는 능동적 느낌입니다.

‘빌리 엘리어트’라는 뮤지컬에 나오는 노래 가사가 생각납니다. ‘solidarity’라는 제목입니다. ‘연대’라고도 번역하지만 ‘단결’이나 ‘결속’으로 번역해도 좋을 겁니다. 가사에서 가슴에 다가온 말은 ‘one for all, all for one’이라는 부분이었습니다. 연대나 단결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은 전체를 위하고, 반드시 전체는 개인을 위해야 하는 겁니다. 나라와 국민도 그러한 관계입니다. 나라와 군인도 그러한 관계입니다. 나라의 발전이 국민에게 기쁨이 되어야 합니다. 일부만 좋아하면 단결이 되지 않습니다. 모든 군인이 단결한다는 의미는 모든 군인이 발전한다는 의미입니다. 단결했더니 나도 나라도 발전했다는 말이 가장 올바른 결론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단결에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서로를 돕고, 서로에게 양보하는 자세만이 단결을 이룰 수 있습니다. 단결하기 위해서는 엄격함도 필요할 겁니다. 이탈하지 않게 단속해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결에는 엄밀함뿐 아니라 따뜻함도 필요합니다. 따라오지 못하는 이를 살피는 마음이 어쩌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단결에서 위로와 격려는 너무나도 중요한 덕목입니다. 단결은 개인을 사라지게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개인을 한층 높은 곳에서 바라보게 하는 것입니다. 단결은 구호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개인의 마음속에서 살아있는 것입니다. 직장을 바라볼 때, 사회 속에서 살아갈 때 늘 이 마음은 살아서 움직이게 됩니다. 이렇게 살아있어야 단결은 나를 이기고 세상을 이기는 훌륭한 구호가 됩니다.



한편 단결이라는 단어를 공부하다가 사전에서 한자는 다르지만, 불교 용어로 쓰이는 ‘단결(斷結)’을 보게 되었습니다. 동음이의어인 셈입니다. 한자로는 ‘斷結’이라고 씁니다. 맺혀있는 것을 끊는 것입니다. 즉 세상의 번뇌를 끊는다는 뜻입니다. 참 좋은 말이네요. 불교를 믿는 사람의 목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참 어려운 말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마음과 힘을 합친다는 의미의 ‘단결’이 개인의 집착과 번뇌를 끊는 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와 너와 우리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 내 소유에 대한 집착을 넘어 세상의 번뇌를 잊게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군대에 간 둘째 아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되어 잘 적응하고 있다는 말에 안심하면서 그래도 아릿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들이 있는 부대의 구호는 ‘단결’이라고 합니다. 전화를 끊으면서 ‘단결!’이라고 짧지만 믿음직한 구호를 인사처럼 마무리합니다. 저도 ‘단결!’이라고 답하여 주었습니다. 단결이라는 말에서는 이렇게 서로에 대한 믿음도 생깁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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