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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자귀나무

태평양을 건너 먼 나라에 왔는데도 한국에서 낯익던 꽃나무들이 이곳에도 있어 반갑고 신기해하던 느낌을 기억한다. 민들레 노란 꽃과 질경이·명아주·토끼풀·강아지풀 등 한국과 미국 땅에서 같이 볼 수 있는 익숙함이 있어 타향살이의 낯섦이 조금은 덜어지고 있다. 그중에 하나 자귀나무를 발견했을 때 이 특별한 모양의 꽃과 잎을 여기서도 보게 되는구나 하며 세계는 하나인가 하는 생각과 더불어 즐거웠다. 아카시아 잎을 닮았지만, 잎의 크기가 아주 작은 그러나 덩치는 제법 크게 자라는 이 나무는 여름이 시작되는 때 분홍색 꽃을 다복하게 모아 잎 위에 펼쳐놓아 눈길을 끈다. 붓글씨 붓의 부드러운 끄트머리를 펼쳐놓은 듯한 모양의 분홍빛 흔들림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생김새가 특별하기도 하지만 그 이름만으로도 특별함이 있다. 낮 동안에 양쪽으로 펼쳐져 있다가 저녁이 되면 가만히 접히면서 포개어져 만나서 밤을 보낸다. 미모사 풀을 건드리면 접히는 모습과 아주 비슷하다. 미모사는 누가 만지면 그렇지만 자귀나무는 저녁 시간이 오면 그렇게 양쪽 잎이 만난다. 그 모양에서 유래하여 이 나무를 합환목이라 부르기도 한다. 금실 좋은 부부를 상징하는 나무여서 그 열매를 달여 먹으면 부부 사이가 좋아진다는 비방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가슴 두근거림의 환희라는 꽃말도 지니고 있다.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잠시 떨어져 있던 가족과 하나가 되는 시간의 귀한 것과 그 시간이 갖는 즐거움의 가치를 조용히 모습으로 보여주는 자귀나무를 바라보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바쁜 밥벌이에서 놓여나와 마음 맞는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며 하나가 되는 것이 좋은 일인데 자귀나무 잎사귀가 더불어 사는 귀중함을 말해주는 듯하다. 정신없이 달리던 발걸음을 멈추고 안식과 휴식을 취하는 삶의 지혜가 엿보이는 모습이다. “그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라고 전해주는 성경 시편을 읽는 듯하다. 한국에서 보던 자귀나무도 아메리카에서 보는 자귀나무도 하늘 향하여 팔 벌리고 저녁이면 다소곳해지는 모습은 다름없이 같다. 지구촌 위에 어디에서든지 변함없이 한가지의 모습이 주는 느낌이 좋다.

세상에 나무들은 모두 아름답다. 푸른 잎사귀와 위로 자라는 든든한 줄기의 하늘과 빛을 향하는 귀한 자세가 그렇다. 땅속으로 깊이 내려간 뿌리가 땅에 힘을 모아들이며 끊임없이 성장하는 나무의 바탕이 되고 있어 합하여 아름다움을 만드는 모든 것이 경이롭다. 아름다움 이전에 모든 나무가 있어 더 나아가 지구 상에 모든 식물이 있어 다른 많은 생명이 지구촌 위에서 삶을 지속해 나갈 수가 있다.



아름다움 이전에 먼저 머리 숙여 감사해야 할 일이다. 여러 가지 모양을 가진 나무들은 아무런 불평 없이 있는 그 자리에서 그 모습으로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기도 한다. 사막 가운데 물을 모으고 생명을 키우는 귀중한 능력으로, 암산 바위틈에서 뿌리내리고 품위 있는 자태를 나타내는 고고함으로, 추운 나라 벌판에서도 꿋꿋하게 줄기를 세워가는 강인함으로 그리고 우리가 아직 모르는 신비한 생애로 우리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부드럽게 흔들리는 자귀나무의 분홍빛 실 꽃의 모임이 7월의 하늘 아래 아름답다. 세상이 이상하게 흔들려 갈라져라 갈라져라 하는 세태 속에서 합하여 하나되라 몸으로 보여주는 자귀나무와 이것을 있게 한 귀한 손길에 감사를 드린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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