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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공지능의 세 가지 유형

인공지능(AI) 기술은 정신없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쫓아가는 것만으로도 숨이 가쁠 지경이다. 그럴수록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볼 수 있는 시야가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인공지능 기술 분야를 폭넓게 조망해 볼 수 있을까? 한 가지 유용한 방법은 인공지능 활용 분야를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다.

첫째, 원래부터 인간은 잘하기 어려운데 컴퓨터가 잘하는 분야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학이나 과학적 문제를 푸는 일이다. 컴퓨터는 ‘계산(compute)’하는 기계이니 원래 용도에 맞는 분야다.

얼마 전 구글은 ‘알파폴드(AlphaFold) 2’라는 단백질 구조 분석 인공지능을 발표했다. 단백질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아미노산 서열만을 보고, 실제 만들어진 단백질이 어떤 구조일지 예측하는 인공지능이다. 네이처는 알파폴드 2를 ‘거대한 도약’이라고 평했다. 의약 개발이나 생물학 연구에 놀라운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 분야의 인공지능은 인류가 세상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더욱 장려되고 활성화될 필요가 있는 영역이다.



둘째, 인간은 잘하는데 컴퓨터는 잘하지 못하던 분야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상을 보고 사물을 인식한다든지, 사람의 말을 듣고 이해하는 것과 같은 작업이다. 최근 10년 동안 인공지능이 크게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주로 이 영역의 발전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덕분에 인공지능 스피커가 등장하고 자율주행차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 분야 인공지능의 일차적 목표는 사람만큼 잘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다음 목표는 사람보다 더 잘하게 되는 것일 테다.

그런데 인간만큼 잘한다는 것이 말만큼 쉽지 않다. 인간은 오랜 기간 진화를 통해 놀라운 능력을 습득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인공지능에 있어 핵심적 과제는 정확도를 조금이라도 더 높이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인간도 잘하기 어렵고, 컴퓨터로도 잘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사람을 뽑는 일이다. 필자는 회사에 다닐 때는 신입직원을 뽑는 일에, 대학에 와서는 학생을 뽑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그때마다 참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에 맡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렇듯 사회적·조직적 과제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는 시도도 널리 이루어지고 있다. 채용이나 인사뿐만 아니라 행정, 사법이나 경찰 분야에 이르기까지 적용 범위가 넓다.

이런 일을 인공지능에 맡기면 인간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원래 여러 사람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함께 살아가는 일은 복잡한 과정이다. 그래서 인공지능을 적용하면 손쉽게 수학적으로 최적의 판단을 내릴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일 수 있다.

이 분야의 난제는 인공지능이 인간만큼만 잘하면 충분한 것이 아니라, 인간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인공지능이 인간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면 오히려 더 나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인간이 가진 여러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그대로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잘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정의하는 것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회사가 어떤 사람을 뽑아야 잘 뽑은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전 세계 기업들이 앞다투어 인공지능 도입하려고 애쓰고 있다. 인공지능이 워낙 빨리 발전하니 인공지능 활용에 대한 기대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그럴수록 앞서 말한 세 가지 분야 중 어떤 영역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는 것인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과학적 연구에 인공지능을 활용해 새로운 지식을 얻고자 하는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을 인공지능도 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도 하기 어려운 일은 인공지능에 맡겨 보려는 것인가? 만약 세 번째에 해당한다면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을 적용했다고 맹신하거나 섣불리 지나친 기대를 갖지 않을 일이다.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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