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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의 아메리칸 저니 8]"한밤중 멈추지 않는 가슴통증, 심장마비 같았다"

#나는 천재
스스로 천재라고 한다면 ‘또라이(돌았다의 은어)’ 소리를 들을 것이다.
한번은 우스개 소리로 그 말을 했다가 아내에게서 “우리 식구 중에 천재는 없거든”하는 제법 ‘쎈’ 소리를 듣고 말았다. 그런데 사실 내가 좀 남 다르다는 생각은 늘 하고 살았다.
남달라야 한다는 강박감도 있었다. 한 예로 군에 있을 때 중대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다. 그리고 최고 빨리 승진했다(나이 18살에 병장 계급을 그리고 훈장도 달았다).
중대장이 OCS(Officer Candidate School 장교학교)를 추천하며 당시 8군에 있던 University of Maryland에서 학점을 따라는 조언을 귀담아 안들었던 것이 지금와서는 한탄스럽다.
나이 40이전에 20년 근무하고 장교로 은퇴한 후 연금 받으며 새 사업을 시작해 더 큰 성공을 이루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군에서 20살에 제대하고 경찰 생활을 시작해서 볼 것 못볼 것 다 경험하며 살았다. 그러나 진급은 잘해서 젊은 나이에 경감이 되었다.
그리고 뜻밖에 시작한 사업으로 피터지는 고전을 면치못하다 지금에서야 먹고 산다. 그런데 내가 천재라고 아내에게 말한 이유는 내 머리가 좋다고 자랑한 것이 아니고 나라는 사람이 내가 생각해도 좀 특이하다고 한 뜻이었다.


사실 나는 이유 없는 피부병(간지러움증) 그리고 위장병으로 오랜 세월 고생했다. 각종 전문의들을 방문할 때마다 아내는 좀 마음을 편하게 먹으라며 항상 내 정신이 불안정해서 그렇다고 했다.
고육지책으로 정신과 의사도 찾아갔다. 아무 이상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머리 좋고 불안정한 사람들 천재 아닌가? 예를 들면 ‘Beautiful Mind’ 같은 영화 속 인물들 범상치 안은 사람들, 그런 영화에서나 보는 사람들 다 천재던데...

#수학을 잘하는 아내
우리 집에는 천재가 없다고 말하는 아내는 정말 수학을 잘한다.
단지 수학 이외에 별반 잘하는 것이 없다. 아쉬운 점은 수학이라는 것이 먹고 사는데 별반 도움이 안될 뿐 아니라 그녀는 일상에서 너무 ‘맹’ 하다.
‘맹’ 하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그녀가 일반 상식에 취약하고 보편적 사고방식과 동떨어진 행동을 자주 그리고 아주 태연하게 잘한다.
처음 데이트 당시 이런 그녀 모습이 우습게도 그녀의 매력 포인트였다. 말하자면 마릴린 먼로(Marylin Monroe)의 그 ‘맹’한 모습이 많은 남자들에게는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그런 여인들에게 푹 빠졌던 얼간이 남자들의 말로는 때론 비참하다. 그런 아내의 명석한 수학실력은 80년대에 아내가 경제학 할 무렵 USC대학 MBA 교수님이 아내에게 수학박사 학위를 권유할 정도였다.
수학 박사 아무에게나 권유하는 것 아니다. 그런 그녀와 매일 살아야 하는 나는 거의 매일 그녀에게 이렇게 묻는다 “자기 MBA 맞아?”

#한밤중 찾아온 가슴통증
20년 전 부동산 시장이 미친듯이 날뛰던 시절 우리는 막차를 탔다.
로턴(Lorton)에 새로 진 큰집으로 이사하고 보니 한 가지가 걱정됐다. 근처에 위급할 때 찾아 가야할 큰 병원이 없었다.
어느 날 새벽 2시에 눈이 떠졌다. 칠흑같은 한밤중에 침대에서 일어나니 왼쪽 가슴이 답답했다. 시계를 보니 깊이 잠이 든 아내를 깨우기가 싫었다.
혼자 주섬주섬 옷을 입고 아래층 거실로 내려가서 숨 고르기를 하며 냉수를 마셔 보았지만 가슴통증과 왼쪽 어깨의 거북함이 멈추지 않았다.
경찰 생활하며 수없이 사람 죽는 모습을 보아왔던 나였기에 덥석 겁이 났다. 심장마비 같았다. 그때 아내가 반은 눈으로 내려오며 “괜찮아?” 하며 걱정했다.
가슴이 답답해서 빨리 병원 가겠다며 차 열쇠를 들고 차고로 나갔다. 일촉즉발에 생사를 달리하는 사건들을 너무 많이 목격했기에 아내를 재촉했다.
단 한번도 내 마음에 들게 잽싼 행동을 안하는 아내이건만 그 새벽 만큼은 나름 그녀 발걸음이 빨랐다.

#죽음의 문 앞에서 바라본 빨간 병원 사인
열쇠를 빼앗아 쥐며 “내가 운전할게 옆에서 좀 쉬어!”하며 그녀가 운전석에 않았다. “자기야, 페어팩스병원(Fairfax Hospital)으로 가자” 나의 걱정 어린 말에 “좀 조용히하고 눈감고 쉬어,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하는 그녀의 강경한 대꾸가 돌아왔다.
DC지역에서 심장마비 환자 생존율이 가장 높은 병원이 페어팩스병원이라고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자는 아내를 깨운 죄책감 그리고 가슴에 전해지는 통증으로 눈을 꾹 감고 큰 숨만 내 쉬었다.
그렇게 불안한 마음에 떠난 차가 얼마 달리지도 안았는데 아내가 도착 했다면서 시동을 끈다. 눈을 떠보니 어두운 주위와 텅빈 주차장이 아주 생소했다.
그 분주한 페어팩스병원 같지 안았다. 작은 단층 들만 즐비한 동네 쇼핑센터였다. 칠흑 속에 빨강 네온의 ‘병원(hospital)’ 사인이 보였다.

#가축병원 앞에서의 황당함
네온사인이 ‘병원(hospital)’이라고 써져 있었지만 그 앞에 너무나도 선명한 ‘가축(Animals)’이라는 싸인이 보였고 병원 안의 불은 다 꺼져서 캄캄했다.
아내는 영업도 안하는 가축 병원에 나를 실어 온 것이다. 한마디로 기가 막혔다. 그리고 뒷골이 때렸다.
“아니, 자기야 내가 개냐? 고양이냐? 어떻게 가축병원으로 와?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 영업도 안 하잖아?” 심장마비가 없는 사람도 심장마비가 걸릴 상황이었다.
너무 어이없고 황당해하는 내 모습을 보며 아내는 너무나 차분하게 말했다 “지금 시급한데, 가까운 병원부터 와보려고 그랬지, veterinarian(가축의사)도 의사인데…”하며 너무나 태연하게 대꾸했다.
40년 미국생활, 경영대학원졸업, 35년을 고위 연방공무원 생활한 사람 맞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고 저렇고 대꾸 하다가는 죽겠다 싶었다.
차 열쇠를 빼앗아 텅빈 쇼핑센터 주차장을 급히 빠져나와 30분후에 사람 다루는 병원에 도착했다.

#이상한 병원 응급실
응급실로 급히 들어가서 간호사에게 통증을 설명하고 대기실 의자에 앉으니 살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병원에 도착해서 EKG등 여러 검사를 거치는 동안 약도 안 먹었는데 모든 통증이 사라졌다.
의사와 상담할 때는 오히려 마음이 훨훨 날 것처럼 기분도 좋아졌다. 의사는 아마도 소화불량 같다며 가벼운 처방전을 써주는 것이 전부였다.
난 병원에만 가면 마치 꾀병하던 사람 마냥 아프던 것이 멈춘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을 치룬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옆 좌석의 아내가 너무 조용했다.
아내를 바라보니 그녀는 고개를 숙인채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목이 아플까봐 제쳐주니 잠결에 “응~ 탱큐” 한다. 잠에 취해 있는 아내 모습이 가축병원 앞에서 내가 소리지르며 보았던 그녀 모습과 사뭇 다른 천사의 얼굴이었다.
우리 집에 천재가 없다고 장담하던 우리 와이프, 수학 잘하고 엉뚱한 내 아내는 천재인 것이 분명하다. 아니 그녀는 천재다.
▷문의: jahn8118@gmail.com


제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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