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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걱정도 팔자

걱정이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작은 일, 별일 아닌데도 걱정이 끊이지 않습니다. 좋게 말하면 준비성이 철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걱정이 많은 사람이 옆에 있으면 오히려 안심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걱정이 많은 사람은 괴롭습니다. 마음이 불안하고 심장이 콩닥콩닥 뜁니다. 안정이 안 되어서 자다가도 깨고, 집을 나가다가도 몇 번이나 다시 돌아오곤 합니다. 가스 불이 걱정이 되어서 말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중에 ‘걱정도 팔자’라는 말이 있습니다. 약간은 나무라는 말투로 보이지만 종종은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팔자라는 말은 어찌 할 수 없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사실 팔자라는 게 나쁜 것은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팔자가 나쁘다, 팔자가 세다’와 같이 말하기도 하지만 ‘팔자가 좋다, 상팔자다’와 같이 표현하기도 합니다. 팔자에는 좋은 팔자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걱정도 팔자지만 좋은 팔자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팔자는 운명이면서 능력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기에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맞지만 그 팔자를 내 능력으로 발전시킬 필요도 있는 겁니다. 걱정이 좋은 팔자도 되고, 나쁜 팔자도 되는 것은 내가 하기 나름이라는 의미입니다.

걱정을 줄이는 방법은 미리 일을 하는 겁니다. 또는 다른 사람에게 점검을 부탁하는 겁니다. 그러면 아무래도 걱정이 줄어듭니다. 걱정은 나를 못 믿는 마음에서도 출발합니다. 생각해 보면 나를 믿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조금 전에 한 일이 기억이 안 나니 나를 믿을 수 없는 게 당연할 겁니다. 가스의 불을 잠갔는지 현관문은 닫았는지 조금 전 일인데도 가물가물합니다. 서로 의존하는 삶이 걱정을 줄입니다.

인간의 걱정은 문명 발달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자동으로 잠기는 문은 인간의 건망증이 만들어낸 발명품일 수 있습니다. 가스 불도 자동으로 꺼집니다. 어쩌면 수많은 발명품이 인간의 걱정에서 출발하였을 겁니다. 음식이 상할까 봐 걱정하다보니 냉장고가 만들어졌을 수 있습니다. 수많은 백신도 걱정이 없었다면 탄생하지 못하였을 겁니다. 걱정이 보험이라는 제도도 만들었을 겁니다. 보험이 대비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시작은 걱정이었을 겁니다. 걱정이 이렇게 세상을 이끌어 가기도 합니다.



물론 개인에게 걱정은 불안으로 연결되고도 하고 우울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참으로 괴로운 시간을 걱정과 함께 보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수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걱정을 크게 만들었을 겁니다. 제가 볼 때 두려움은 걱정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우리말에서 걱정도 팔자라는 말은 걱정을 하는 것도 팔자여서 떨쳐내기가 어렵다는 삶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힘들어도 걱정을 이겨내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걱정과 함께 잘 지내는 법도 배워야 할 듯합니다.

저는 걱정이 있을 때 주변 사람과 이야기하려고 노력합니다. 혼자서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능하면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실수를 줄이는 일이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내가 처리하지 못한 일을 옆 사람이 처리하기도 하고, 내가 확인하지 못한 일을 옆에서 대신 확인해 주기도 합니다. 도와줄 사람이 있는 것은 큰 행복입니다.

그리고 혹여 문제가 생기더라도 옆에 있는 사람이 위로해 주고 토닥여 줍니다. 걱정이 오히려 따뜻한 인간관계의 초석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걱정이 많은 사람입니다. 걱정으로 놀라서 잠을 깨기도 합니다. 그래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참 고맙습니다. 서로 도우면서 함께 사는 세상이 참 좋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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