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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사랑으로 오라

그리스 로마 신화에 시간이란 의미를 가진 두 신에 대한 묘사가 있다. 두 신의 이름은 크로너스(Kronos)와 카이로스(kairos)다. 이 두 이름 속에 담겨져 있는 시간의 의미는 사뭇 다름을 발견할 수 있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얼마나 바쁘냐고 물어보라? 하나 같이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한다. 그런데 눈은 잠에서 깨면 자동으로 떠져 세상을 두리번대고, 코는 쉴 틈 없이 활동하면서 우리 몸에 산소를 공급해 주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곧 그 말이 가당치 않음을 알면서도 나 자신도 똑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성경에도 시위를 떠난 화살이 순간 빠르게 우리 시야를 벗어나고 있음을 묘사하고 있다. 이렇듯 현대인은 늘 시간에 쫒기며 살아가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새해가 왔다. 아주 조용하고 차분한 비대면의 새해가 왔다. 흐르는 물처럼 시간이 흐르고 있다. 삶은 시간의 흐름이고 물리적으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신의 귀한 선물이다. 크로너스의 시간 개념이 바로 이것이다. “먹고 자고 일하고 그러다 보니 내 인생이 황혼에 걸렸더라”라고 탄식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크로노스의 시간 개념으로 살아온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늦지 않았다. 내게 주어진 크로노스의 시간을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바꿔 살아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새해 소망이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시계의 초침소리처럼 다가오는 물리적 시간을 의미 있는, 의식이 깨어나 경험하고 성장하는 카이로스의 시간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크로노스가 식재료라면 카이로스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크로노스가 씨앗이라면 카이로스는 어느날 활짝 피어난 꽃이다. 정체된 시간을 내 안에서 강렬한 느낌과 결합된 정보를 통해 의미 있는 시간으로 바꾸는 연금술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카이로스의 조각상을 자세히 보면 앞머리가 수북한데 비해 뒷머리는 대머리로 묘사 되어 있다. 어깨와 발끝에는 날개가 달려 있고 손에는 강철 낫을 들고 있다. 이 묘사를 시간의 개념으로 풀이한다면 시간은 수북한 앞머리처럼 쉽게 붙잡을 수 있지만 지나간 후엔 결코 잡을 수 없는 대머리로 표현되고 있다. 시간은 날개가 달려있어 빨리 사라지고, 이 모든 기회의 시간은 강철낫을 들고 있는 본인에게 달려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인생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고 말한다. 잠들지 않는 우리의 뇌는 의미 있다고 느끼는 것들을 기억의 폴더에 저장한다. 그 기억의 폴더가 두꺼울수록 나의 삶의 가치는 소중해진다. 뜨겁게 시간을 사랑한 사람은 카이로스의 삶을 살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성경은 고린도전서 13장에서 사도 바울의 입을 빌어 / 내가 어렸을 때에는 / 어린이의 말을 하고 / 어린이의 생각을 하고 / 어린이의 판단을 했습니다 /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는 / 어렸을 때의 것들을 버렸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오래되고 낡은 시간의 개념을 버리고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깨어있는 삶, 깨어있는 시간을 통해 새 포도주의 맛을 잃지 앉는 새해가 되기를 소원하며, 지나보면 삶은 잊혀지지 않는 감동과 사랑만 남는 것임을 되새기는 한 해가 되기를 다짐해 본다.(시카고 문인회장)



사랑으로 오라

사랑으로 오는 것들이여 / 사랑은 볼 수 없다고 / 없는 것이 아니어라
사랑으로 오는 발자국 소리여 / 사랑은 들을 수 없어도 살아있는 소리여라 / 사랑은 채움이 아니라 / 비움에서 시작되는 것 / 마른 풀꽃처럼 부딪쳐 오는 소리여 / 부디 / 사랑이 되어오라

넘어지고 쓰러지더라도 / 정령 / 사랑이 되어 안기라 / 안기고 파묻히다 보면 /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어서 / 사랑은 하나를 잃고 / 또 하나를 잃는 것이어라 / 자꾸 잃어가는 것이어서 / 나는 없고 사랑만 남는 것이어라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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