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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네트워크] 트럼프가 갈라놓은 유엔

22일 오후 제74차 유엔총회를 취재하기 위해 유엔본부에서 출입증을 받자마자 올해 주요 행사 자료부터 확인했다. 유독 한 행사가 빠진 점이 눈에 띄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3일 주최하는 "종교 자유" 행사였다. 지난 주말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가 브리핑에서 "우리의 핵심 행사"로 "종교의 자유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내 및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던 터라 더 의아했다. 미국은 유엔 평화 유지활동(PKO) 기부금을 대폭 줄이겠다고 공표하긴 했어도 여전히 유엔 일반예산의 22%를 부담하는 최대 주주다. 유엔 관계자는 "일 년 전부터 준비된 행사들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 행사는 일주일 전쯤에야 갑자기 잡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급조된 종교 자유 행사는 유엔이 총회 주간 주최하는 지속가능 개발목표(SDG), 보편적 의료보장을 포함한 5대 정상회의의 첫 번째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와 같은 날 잡혔다. 장소도 기후행동 정상회의는 유엔본부 총회장, 트럼프의 종교 자유 행사는 같은 건물 제3 회의장에서 열린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를 놓고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은 영국 가디언에 "트럼프는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 것을 넘어 전체를 막겠다는 것"이라며 "기후변화 행사에 불참하는 것뿐 아니라 관심을 분산시키기를 원한다"고 했다.

"기후변화는 일부 과학자의 허위 주장이며 미국 에너지 산업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건 트럼프 대통령의 소신이다. 문제는 이번 행사 방해가 별 효과도 보지 못할뿐더러 미국만 왕따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기후 회의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물론 트럼프의 절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까지 최소 48개국 정상이 참석한다. 녹색기후기금 사무국 유치국가로서 문재인 대통령도 연설한다.



기후변화 연설에서 빠진 주요국 정상은 미국과 브라질·일본 등 손꼽을 정도다.

이번 행사는 유엔총회장을 배경으로 자신의 정치 기반인 복음주의 교회 지도자와 신도를 초청한 트럼프 재선용 정치 행사라는 비판까지 받는다. 트럼프도 이런 비난이 신경쓰였는지 기후 회의장에 들러 잠시 모디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연설을 듣고는 종교 자유 행사장으로 향했다.

더 문제는 미국이 앞장서 유엔 분열을 조장하면 결국 미국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당장 총회를 계기로 사우디 석유시설 피습 이후 반(反)이란 연합체를 확대하려던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구상부터 쉽지 않을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매일같이 전화로 독촉해도 영국 외에 호르무즈해협에 군함을 파견하러 나서는 동맹이 없는 것만 봐도 그렇다. 유엔 분열이 북한 비핵화 동력마저 약화시킬까 걱정스럽다.


정효식 /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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