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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미국과 너무 다른 대한민국

"우리 대한민국, 아아~ 우리 조국, 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가수 정수라의 36년전 히트곡 '아, 대한민국' 마지막 부분이다. 가사와는 달리 '조국의 조국 사태'가 심상치 않다. 대한민국을 영원히 사랑하기 어렵다며 이민을 알아보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나라가 두쪽으로 갈라진 것처럼 보인다.

몇달후면 2010년대가 저물고 20년대가 막을 올린다. 10년 단위를 일컫는 새로운 데케이드(decade)의 시작인 셈이다. 경자년에는 3월 예비선거·4월 대한민국 총선·7월 도쿄 올림픽·11월 대선이 이어지며 뉴스가 폭주할 전망이다.

오래전에 태평양을 건너온 입장으로 최근의 한국사태를 접하며 한번 생각해 봤다. 왜 미국에 왔는가. 나중에 돌아갈 생각은 있는 것인가. 대충 계산을 해보니 인생의 48% 가량을 미국땅에서 지냈다. 몇년 더 지나면 한국 거주기간을 넘어선다.



1대-10대-20대-30대-40대를 지나 50대까지 부분 혹은 전부를 북미에서 살고 있다.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영어·한국어 실력은 반비례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것은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미국이 더 좋아서였다.

40대의 적지 않은 나이에 이곳에서 남편·아버지가 됐다. 아이들에게는 공부 추궁보다 아이스하키·야구·축구·농구·수영·골프·테니스·탁구에 미식축구까지 다양한 종목을 맛보게 했다. ` 한국의 학원 돌리기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대학 입학때 스포츠는 필수 과외활동이기도 하다. 행여 아무것도 안 시키면 집안에서 컴퓨터 게임만 하고 있을 터이다.

가까이서 지켜보니 확실히 개인종목보다는 팀워크를 중시하며 사회생활을 배우는 단체운동이 나은 것 같다. 어린 나이에도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쓰니 제복을 걸친 경찰·군인처럼 어른스러워 보인다. 초록색 잔디밭에서 뛰고, 소리치며 사춘기 스트레스 해소에도 적합하다. 미국 사는 보람 가운데 하나라고 느낀다.

수십년 글쟁이 시절 가운데 상당부분을 스포츠부에서 보내고 다양한 종목을 취재했지만 특색은 제각각이다. 자식을 시켜보니 더욱 그런 느낌이다. 모든 인종이 즐기는 축구·야구의 경우 '우리는 하나'라는 동류의식이 강하다. 소수 백인 부유층이 독점하는 아이스하키·수영·골프·라크로스·승마·피겨는 "우린 남과 다르다"는 긍지와 자존심이 유별나다. 어째서 극성 엄마를 '하키 맘'으로 부르는지 알수 있었다. 고집 센 대통령·법무장관을 둘러싸고 '너와 나'로 의견이 갈라진 한국에 계속 있었다면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아마 과외·스펙쌓기 경쟁으로 빚내기 바쁘지 않았을까.

'재미있는 지옥' 한국에 있던 멀쩡한 마누라를 '재미없는 천국'으로 끌고 온 죄로 가끔 구박받고 있다. 그렇지만 어쩌다 한국에 가면 엄청난 개솔린·고기값·사교육비에 놀라는 모양이다.

강남 엄마들이 "자식들이 독수리 여권이라 좋겠어요. 군대 안 보내고 그 비싼 영어 과외 따로 안 시켜도 되고…"라는 말로 부러워(?) 한다는데. 미국서 어렵게 살며 얻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다소 해소되겠거니, 멋대로 생각해 본다.

가장 입장에서 미국은 시스템이 느리고 모기지·카드빚으로 이자 내기도 늘 버겁다. 그러나 정년제도가 없기 때문에 회갑 이후에도 일할 기회는 있다. 무엇보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과 비교할 필요없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어디 살지 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이 선택할 사안이다. 개인이 아닌 '가족'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미국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왜 한국을 떠났는가"라는 질문에 지금의 '조국 사태'를 예견하고 내린 선견지명이었다면 지나친 건방일까.


봉화식 전략-디지털부 부장 bong.hwashi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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