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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대한민국을 믿는다

오래전이다. 마켓에서 타인종 캐시어가 코리안이냐며 드라마 ‘대장금’에 대해 물었다. 대장금을 시작으로 그녀는 한류와 K팝을 얘기했다. 그때 대화 내용은 기억이 희미하지만 한국을 이야기하는 그의 표정은 밝았다. 최근 한 업소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상황은 달랐다. 이번엔 한국의 코로나19에 관한 질문이다. 대답을 주저하는 사이 그는 ‘사우스코리아가 중국과 국경을 맞대서 확진자가 많다’는 나름(?)의 분석도 했다. 그의 얼굴에는 우려가 비쳤다.

5일 기준으로 한국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하는 국가가 99곳이다. 입국을 금지하거나 절차를 강화한 국가들이다. 193개 유엔회원국의 반이 넘는다. 코리아에 대한 거부감이고 공포다.

여권소지자가 무비자로 입국 가능한 국가 수에 따라 순위를 정하는 ‘헨리 여권지수’에서 한국은 3위(1월 발표기준)다. 189개 국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 그런 한국을 100개 가까운 국가가 막고 있다.

1995년 영화 ‘아웃브레이크(Outbreak)’는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유입된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사투가 줄거리다. 영화에 질병통제센터(CDC)의 바이러스 위험순위 보드가 잠시 화면에 나온다. 가장 치사율이 높은 최고 단계가 한타바이러스이고 그 아래가 에볼라다. 한타바이러스는 러시아와 미국 서남부, 남미 등에서도 발견됐지만 한국전 당시 3000여명의 연합군 병사가 한탄강에서 감염되면서 ‘한타’라는 불명예스러운 한국 이름이 붙었다. 영화의 다른 장면에서는 바이러스 감염 원숭이를 미국에 운송하는 화물선의 국적이 코리아로 나온다. 지저분한 행색의 한국 선원들이 어설픈 한국어로 대화도 한다. 영화를 보면서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우려했지만 당시 한국의 존재감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팬데믹 소설이나 영화 속 바이러스 근원지는 대부분 악한 세력이나 낙후 지역과 연결된다. 우한 바이러스를 예견했다는 딘 쿤츠의 1981년 소설 ‘어둠의 눈동자(The Eyes of Darkness)’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비밀 실험실에서 만든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미국에 전염된다는 설정이다. 치사율, 잠복기 등에서 코로나19와 유사성은 없지만 바이러스 이름이 ‘우한-400(Wuhan-400)'으로 나와 우연치고는 섬뜩하다.

바이러스 이름 ‘우한-400’도 처음 출간할 때는 ‘고르키-400(Gorki-400)’이었다. 고르키는 옛소련 지명이다. 악의 대표성을 소련에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고 중국이 미국의 경쟁자로 부상하면서 ‘우한-400’으로 바뀌었다.

한국은 GDP대비 수출입 비중이 70%에 이른다. 무역 의존도가 높다. 교역이나 물자 이동이 없으면 경제가 마비된다. 세계인의 공포가 된 한국의 고립이 계속되면 경제적 손실은 상상하기 어렵다.

국가 이미지도 문제다. 한류와 K팝, 영화 등으로 쌓아온 문화적 명성도 한순간에 미개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실명을 유발하는 전염병이 등장하는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수용소에 갇힌 한 환자는 감염 보다 더 무서운 것은 소외와 격리라고 말한다. 자신이 타인에게 공포가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다.

첨단 IT산업을 주도하고 경제강국을 자랑하던 한국이 코로나19로 동경의 대상에서 공포의 국가로 전락했다.

역사적으로 한국민은 위기의 순간에 더 빛났다. 코로나로 한국이 지구촌의 기피 대상이 됐지만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평소 잘 쓰지 않던 ‘정식국호’를 넣어 글을 맺는다…대한민국을 믿는다.


김완신 논설실장 kim.wanshi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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