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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트럼프의 대선 불복 암시?

워싱턴 16번가와 라파예트 스퀘어가 맞닿은 곳. 백악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이 거리의 새 이름은 ‘BLM(Black Lives Matter, 흑인 생명도 소중)광장’이다.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 눌려 숨진 흑인 플로이드 사건에서 불붙어 미국 전역으로 번진 인종차별 철폐 시위 성지 중 하나다.

며칠 전 여기서 백악관을 바라보던 사람들에게 대선 얘기로 말을 걸었다. 40대 금융인 스콧은 선거 불복에 이르자 “트럼프 대통령이 지면 승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제정신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0대 남성 스티브는 “부정이 있으면 들여다봐야겠지만 내년 1월 취임 전까지는 해결될 거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불복 시나리오’는 논쟁적 이슈다. 지난 19일 폭스뉴스 인터뷰는 결정탄이다. 진행자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당신은 굿 루저(깨끗이 승복하는 사람)인가?” 눈동자를 한 번 굴리며 잠시 뜸을 들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답한다. “나는 굿 루저가 아니다.” 선거에 불복하겠다는 뜻이냐는 거듭된 질문에 “그렇다고도, 아니다고도 말하지 않겠다”고 피해갔다.

이 시나리오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진다면’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 차이도 근소해야 한다. ‘만약’이 두 번 겹쳐야 성립 가능한 얘기다. 가정의 가정이라는, 상상의 영역에서 왜 이런 시나리오가 춤추는 걸까? 경쟁자 바이든 전 부통령의 두 자릿수 우세를 쏟아내는 여론조사와 막상 투표함에서 걸어 나올 결과물은 다를 수 있다는 괴리가 똬리를 틀고 있다.



찰스 젤든 헌법역사학 교수가 “미국 민주주의의 헌법적 위기가 노출됐다”고 일갈한 2000년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 후보 간 재검표 공방은 그해 12월 12일 연방대법원 결정으로 막을 내릴 때까지 36일간 계속됐다. 고어 후보는 54만표(0.51%P) 이기고도 선거인단 확보에서 뒤져 승자가 되지 못했다. 미국 헌법센터는 “대법원 결정은 여전히 논쟁거리”라고 적고 있다. 모순은 되풀이됐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286만표(2.09%P)나 더 얻고도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대통령 자리를 내줘야 했다.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허점을 손질해야 한다는 논의가 불거졌지만, 미국 사회는 건국의 아버지들이 남긴 역작 『페더럴리스트(Federalist)』 시대의 틀에서 옴짝달싹 못 했다.

‘반헌법적 시나리오’가 선거 전략으로 그칠지 실제 감행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실로 나타나면 BLM광장은 또 하나의 이름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MVM(My Vote Matters, 나의 한 표도 소중)광장’이라는. 대선을 97일 앞둔 미국은 이렇듯 아슬아슬하다.


임종주 / 한국 중앙일보 워싱턴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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