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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오렌지카운티의 ‘보이지 않는 손’

오렌지카운티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은 대체로 한인단체에서 갈등이나 분쟁이 벌어질 때 등장한다. 마주보고 달리는 두 열차가 금세라도 굉음을 내며 충돌할 것 같은 상황이 오면 어김없이 보이지 않는 손이 나타나 양측을 자제시킨다. 그 때문인지 대립이 아무리 격렬해도 여간해선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최근 OC한인회장 선거도 보이지 않는 손 덕분인지 조용히 끝났다. 실제 한인회를 비롯한 여러 OC 한인단체에서 선거로 인해 소송전이 벌어지거나, 분규를 겪던 단체가 두 쪽 나는 사례는 지극히 드물다.

LA에 이어 뉴욕과 함께 전국 2위 규모의 한인타운 자리를 다투는 OC가 이렇게 조용한 것은 확실히 눈에 띄는 일이다. 이런 OC의 특성은 타 지역 한인도 인정하는 편이다. OC에 관한 타 지역 인사들의 평가가 대체로 “사람들이 점잖다”로 귀결되는 이유다.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인데 OC 한인이라고 뭐가 다를까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래 겪어보면 세간의 평가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손의 정체는 과연 뭘까. 다수의 한인은 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하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떠올릴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가격을 뜻한다.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더라도 수요와 공급이 보이지 않는 손, 다시 말해 가격에 의해 적정선을 유지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OC의 보이지 않는 손은 좀 복잡하다. 하나의 주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보이지 않는 손은 크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 원로라고 불리는 이들의 개입이다. 과거 단체장을 지냈고 지금은 은퇴했지만 자신이 몸담았던 단체에 대한 긍지와 애정이 남다른 인사들이다. 이들은 뒷전에서 조용히 지켜보지만 한인단체 관련 여론을 형성한다. 때론 앞에 나서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때론 드러나지 않게 설득한다.

둘째, 오랜 기간 한인사회 발전에 기여하며 동고동락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태동한 ‘마을 정서’다. 마을 정서는 과거 OC 한인 주거 및 상권의 중심이었고 지금도 다수의 한인단체가 집중된 가든그로브에서 두드러진다.

서로를 너무 잘 아는, 한 마을 주민끼리의 갈등이나 다툼은 대개 이웃의 중재에 따라 해소된다. 이 또한 비교적 늦게 중산층 거주지로 발전한 어바인, 풀러턴에선 찾아보기 힘든 가든그로브의 특징이다.

셋째, 조용한 동네에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장본인이 되기 싫다는 개개인의 자제심이다. 다시 말하면 ‘염치(체면과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를 안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이런 자제심은 오랜 세월이 흐르는 사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전통과도 관련이 있다. 나름 가치있다고 평가받는 전통이기에 어지간한 이는 좀처럼 깨기 어렵다.

보이지 않는 손이 반드시 바람직한 건 아니다. 원로의 조언은 때로 간섭이 될 수 있다. 마을 정서는 자칫 ‘좋은 게 좋은 것’이란 식의 타협으로 흐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손은 OC가 한인단체 분규 청정지역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도왔다.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많았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도 나이를 먹는지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다. 원로는 하나 둘 세상을 하직하거나 쇠약해지고 있다. 목소리도 잦아든다. 이민 역사가 깊어지면서 순박했던 마을 정서는 낯선 이가 많아 서로를 믿지 못하는 도시 정서로 바뀌고 있다. 그 와중에 염치를 모르는 이도 늘고 있다.

아쉽다고 시곗바늘을 되돌릴 순 없다. 보이지 않는 손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그 때를 대비해 OC 한인사회도 보이는 손, 즉 시스템과 각종 규정을 손질하고 다듬어야 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보이지 않는 손의 시대는 저문다.


임상환 / OC취재담당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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