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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목사의 이민과 기독교] 빈센트 친 사건과 미국의 인종주의

빈센트 친은 27세의 지극히 평범한 중국계 미국인이었습니다. 그는 친구와 총각 파티에 참석했던 술집 앞에서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한 미국인 두 사람과 시비가 붙었습니다. 두 사람은 친을 맥도날드까지 따라 왔고 야구 배트로 마구 폭행했습니다. 두개골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진 친은 결국 사망했습니다.

1982년 6월 19일 디트로이트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범행자는 로널드 에벤스와 그의 의붓아들 니츠였습니다. 너무도 놀라웠던 일은 법원이 두 사람에게 집행 유예를 선고하고, 고작 3,000달러의 벌금과 780달러의 법정 비용만을 부과하였습니다. 판사는 말다툼 끝에 일어난 우연한 사고로 판단했습니다. 친은 그렇게 죽어갔고, 두 사람은 그렇게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두 미국인은 왜 친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죽음에 이르게 했을까요? 두 백인이 홈런을 치는 모양으로 친을 향해 배트를 휘두르며 “우리가 일 자리를 잃은 것은 너 같은 놈들 때문이야”라고 떠들었다고 합니다.

에벤스는 크라이슬러 자동차 제조공장에서 감독으로 일했었는데, 당시 공장의 축소로 인해 직장을 잃었습니다. 여러 미국인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직장을 잃은 것은 일본제 자동차가 늘었기 때문이었다고 그릇된 감정을 품고 있었습니다. 마침 아시아인의 외모를 가진 빈센트와 다툼이 생겼고, 엉뚱한 감정적 분노가 비극을 만들었습니다.



참으로 허무한 것은 빈센트 친은 일본인이나 일본계도 아니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중국계 미국인으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시민권자일 뿐 아니라, 자동차 회사에서 제도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정에 유일한 자녀였습니다. 단지 아시안의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로 너무도 정당하지 못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에벤스는 왜 빈센트 친에게 복수심을 가졌을까요? 왜 미국 자동차 회사가 경쟁력을 잃고 자신들이 해고된 것이 일본인들 때문인가요? 왜 길에서 만난 아시아인을 폭행할 수 있었을까요? 법원은 살인자가 아시안계이고 사망자가 백인이었어도 같은 판결을 내렸을까요?

미국 사회가 그 깊은 뿌리에 인종주의를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실제로 있지도 않은 사실을 상상하고, 편견으로 재생산하고, 정치적으로 또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서 사용하는 것입니다. 인종으로 사람들을 구분하고, 레이블을 붙이고, 차등을 두고, 그래서 유지하는 사회. 허상이 사회의 이데올로기가 되고, 거기서 때릴 수 있는 사람도 생겨나고 맞아서 죽는 사람도 생겨나기까지 합니다.

한편으로 미국사회는 아시안계 시민들을 “모델 마이너리티”라고 치켜세웁니다. 인종주의의 희생자가 아니라 성실한 미국인이 되어 기회를 성공으로 바꾼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빈센트 친의 사건은 “모델 마이너리티”라는 표현이 현실과 거리가 있는 미국 주류 사회의 구호임을 다시 경험하게 했습니다. 실제로 빈센트 친 사건 이후로 많은 아시아인들이 미국 사회의 변화를 위해 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 복음주의 신학자 쳉(Tim Tseng)은 만약 “빈센트 친이 우리 교회의 교인이었다면?”이란 의미 있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기도하며 사랑을 실천하려는 기독교인은 이웃의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하고 서로 협력하는 사회를 위한 좋은 미국인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진리를 추구하는 그리스도인은 인종주의라는 불의를 경험하면서 두려워하거나 무관심할 수 없을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변화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말입니다. [교회사 박사, McCormick Seminary]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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