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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소금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성경 말씀이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본 구절이다. 소금은 음식물의 부패를 막아준다. 그래서 흐트러져 가는 세상을 썩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라고 이 비유를 든 것 같다. 막연하다. 신앙인들에게 주어진 과제임이 틀림없는데, 무엇을 하여야 소금 역할을 한다는 말인지 감이 안 잡힌다. 일단 이 세상이 더 이상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마땅하다. 무엇이 세상을 병들게 하는지 먼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질병과 전쟁과 천재지변 말고 또 어떠한 것들이 지구를 어지럽히는가? 빈부의 격심한 차이 그리고 심각한 환경오염이 있다.

물질문명의 추구하는 바가 세상을 참 힘들게 한다. 가난한 개발도상국들을 비롯하여 몇몇 경제대국들은 주위의 환경 따위 아랑곳 하지 않고 자국의 물질적 충족과 부의 축적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만들어 낸다. 산업쓰레기는 넘쳐나서 강물과 바다를 더럽게 만든다. 지구 온난화는 과소비가 만든 인재이다. 화학 합성물질의 위험성에 대해 예측한 과학자들이 없었을 리 없겠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위정자들은 인체에 해로운 물건을 만들어 내는 기업의 손을 들어 주는 행동이 자신들의 이익과 정치생명 연장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랬을 것이다. 만약 정당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더라면 세상이 이 지경으로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소금 역할을 할 기회를 놓친 것이다.

편리만 추구하면 재앙이 온다. 모국도 그러하였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몇몇 희생자는 불가피하다는 것이 88올림픽 당시 정부의 태도였다. 불행히도 인체에 치명적인 물질들을 다루면서 아무 안전 장치나 교육도 못 받고 이유도 모른 채 아파서 죽어갔던 사람들은 그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 딸이었다.

양심을 저버리고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버린 사회는 병든 사회다. 출세를 한다는 것은 돈을 많이 벌거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직장에 다니는 것 이란다. 좋은 직장을 위하여서 좋은 학교를 나와야 한다. 공부는 출세를 위한 도구일 뿐인 현실. 집안에 가진 것 없고 공부도 못하는 학생들에게 대한민국은 나라가 아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고 아무리 외쳐도 물질적인 풍요를 누릴 수 없는 생활은 결코 행복일 수가 없다는 것이 많은 젊은 사람들의 생각일 것이다.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이 정신적으로 성숙한 삶을 추구한다. 물질이 전부가 아닌 삶. 약한 자와 소외된 자를 위해 싸우는 삶. 잘못된 위정자들의 행동에 쓴 소리를 하는 삶. 가진 부나 재능을 나누어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돕는 삶. 이런 삶들을 사는 사람들은 소금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소금의 역할은 중대하다. 툰드라의 땅에 사는 네네츠(Nenets)족에게 소금은 순록을 길들이는 도구이다. 리어왕에서 셋째 딸 코딜리아는 아버지를 소금에 비유했다. 얼마나 놀라운 사랑의 표현인가?

우리에게 소금은 맛을 내는 필수품이고, 바다를 썩지 않게 하는 소중한 하늘의 선물이다. 소금이 바닷물의 3~4%만 되어도 바닷물은 썩지 않는다. 갑자기 세상 인구의 3~4%가 소금 역할을 한다면 세상은 썩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열 명의 의인이 없어서 멸망한 소돔과 고모라. 미련을 두고 뒤돌아보다 소금기둥이 되어버린 롯의 아내와 딸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는 어떨까? 정말 소금의 역할을 하며 살 수 있을까?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 타인의 아픔에 내가 흘린 모든 눈물들이 짠맛을 낸다는 것을.


고성순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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