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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장애인 주차장 실태 조사'

'빈 자리'와 '꽉찬 자리'

부산에서 LA로 온 지 두 달째다. 차가 없어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한다. 여러모로 닮은 두 도시지만 대중교통에 있어서 만큼은 확실히 다르다.

한국 버스에서 노란색 자리는 늘 비워져 있다. 승객으로 가득 찬 출퇴근 길 버스. 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승객이 없어도 서 있는 사람들은 노약자석에 좀처럼 앉지 않는다. 앉아있다가 노약자가 탑승하면 양보해도 될텐데 그러기 쉽지 않다. 자리에 앉는 순간 찍힐 낙인이 두렵기 때문이다. 20~30대는 '버르장머리 없다'는 질책이, 40~50대는 '노인네'라는 수군거림이 듣기 싫어 노약자석을 피한다. '오지랖과 눈치보기'가 결국 아무에게도 필요치 않은 빈 자리를 만드는 셈이다.

LA한인타운에서는 반대로 비워두어야 할 공간이 '이기심과 뻔뻔함'으로 채워진다. 장애인을 위한 자리에 건강한 사람이 차를 세운다. 장애인 주차증은 붙어있지만 양 손 가득 쇼핑한 물건을 들고 씩씩하게 걸어 오는 이는 건장한 30대 남성이다. 한 40대 여성에게 무슨 사유로 주차증을 받았냐고 묻자 "난 잘못한 거 없다"며 다짜고짜 화를 낸다. 딸과 부인을 태운 차를 장애인 주차장에 세운 40대 남성은 '어디가 불편하시냐'는 질문에 '시간이 없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러고는 10분 뒤 슬그머니 일반 주차장 자리로 차를 옮겼다.

'책 잡힐까봐 두려운' 마음과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마음은 본질적으로 같다. 15시간 거리 한국과 LA한인타운에서 발견한 다른 듯 닮은 한국식 문화. 낯뜨겁다.




김지윤 인턴기자 kim.jiyoon2@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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