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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갈매기'(롯데 자이언츠 팬) 심장은 LA서도 뛰었다

[인턴이 간다] 다저 스타디움 방문기

부산 사직구장 2배 규모에 놀라
응원도구 대신 다저스 티셔츠
치어리더 없이 온전히 경기 집중
명물 핫도그 '다저독' 짜기만 해
류현진 눈 앞에서 보고 휘둥그레


"아빠. 나 오늘 류현진 경기 취재 왔어요~."

LA로 딸이 혼자 왔는데도 두 달간 메시지 한 번 없던 아빠에게서 10초 만에 답장이 왔다.

"와!!! 우리 딸 출세했네. 인터뷰도 하제? 사인볼 하나 받아서 내 도."



본사에서 다저 스타디움까지는 15분 거리였다. 점점 고도가 높아지는 입구를 따라 드넓은 주차장이 펼쳐졌다. 자동차 1만6000대를 수용할 수 있다는 광활한 주차장. 그 너머로 LA 도심이 한눈에 들어왔다. 경기는 오후 7시에 시작하지만 이미 많은 차가 구장 입구 안팎에서 꾸물꾸물 움직이고 있었다. 부산 사직구장보다 약간 클 것이라 생각했던 내 예상은 완전히 무너졌다. 수용인원은 사직 구장의 2배인 5만6000명이다.

#1

주차를 하고 취재허가증을 받은 뒤 드디어 경기장에 입성했다. 기자실에 짐을 내려놓고 꼭대기층으로 향하려는데 누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경기 중 응원가가 필요할 때마다 오르간을 연주하는 디터 룰(48)씨다. 중앙일보 인턴기자라고 소개하자 룰은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메인 오르간 연주를 하는 게 꿈이라며 악수를 청했다. 그의 오르간 소리는 9회 경기 내내 경기장을 채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향했다.

"와…진짜 끝장나네 …."

난간에 걸쳐 서서 아무리 카메라를 조절해봐도 경기장과 관중석이 한 프레임에 들어오지 않는다. '카메라 기술을 미리 좀 배워놓을걸…' 후회하기도 했지만 아무리 사진을 잘 찍어도 현장 느낌 그대로를 전달하기는 역부족이었다.

TV에서만 보던 붉은 흙을 밟기 위해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는 경기장으로 향했다. 이미 많은 언론사가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연습을 하는 선수를 촬영하고 있었다.

공이 배트에 맞을 때 나는 맑은 소리가 푸른 하늘과 어우러졌다. 벤치 쪽에는 선수들이 경기에서 직접 사용하는 야구 모자와 배트가 보였다. 류현진의 99번 모자가 단연 눈에 띄었다.

#2

경기 시작 1시간 30분 전. 본격적으로 다저 스타디움을 돌아보기로 했다. 불펜 쪽으로 걸어가자 난간에 팬들이 쭈르륵 서 있었다. 난간 아래에서 한 선수가 팬들이 건넨 사인볼에 일일이 사인을 해줬다. 사인볼을 주고 받는 선수와 팬 모두 웃고 있다. 팬서비스를 주고 받는 자연스러운 문화가 어쩐지 부럽다.

팬서비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모든 관중이 LA다저스 털모자를 선물로 받는다. 알고 보니 LA다저스는 거의 매 경기마다 이벤트 선물을 준비해 팬들에게 나눠준단다. 모자, 티셔츠, 피규어 등 종류도 다양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같은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이 낯설지만 귀엽다.

입장을 기다리는 팬들의 손에는 응원도구가 없다. 막대풍선, 응원봉, 주황색 비닐봉지(롯데 자이언츠의 대표적인 응원 도구)…. 야구장에 가기 위해서는 필수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LA다저스 티셔츠만은 대부분 관중이 입고 있다. 한국처럼 경기 도중에 치어리더가 나와서 흥을 돋우는 일도 없다. 예쁜 치어리더가 온라인 상에서 크게 회자되고 연예인으로도 데뷔하는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경기 자체에 집중하는 메이저리그의 특성이 드러난다.

#3

경기가 시작됐다. 누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RYU'가 마운드에 오를 때만큼은 집중하려 애써본다. 하지만 밀려오는 허기 앞에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야구 경기장에 왔으면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사직구장에 치맥이 있다면 다저 스타디움에는 '다저독'을 먹기 위해 간다.

다저 스타디움 안에는 다저독, 나초, 프렌치프라이, 타코 등 다양한 먹거리 부스가 있다. 다저독 하나에 6.50달러로 다소 비싸 '가난한 인턴 기자'가 배불리 먹기는 어려웠다. 류현진 입단 덕에 생긴 '참이슬 칵테일 부스'에서는 하이트 맥주를 11.25달러, 참이슬 소주로 만든 칵테일을 12.50달러에 판다.

다시 발걸음을 기자실로 옮겼다. 미디어 다이닝 룸 한 쪽에 마련된 뷔페식 식당에서 10달러를 내면 빵, 샐러드, 고기, 아이스크림, 스낵 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7회 말이 되면 다저독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갓 온 새내기 인턴 기자의 입맛에 다저독은 짜기만 했다. 두 조각을 잘라 먹고 나머지를 버렸다. 나중에 선배들이 "그 맛을 알려면 좀 더 LA에 살아봐야한다"고 했다.

#4

경기가 막바지를 향할 무렵. 경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여러 관객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간다. 교통 혼잡을 피하려고 경기 결과를 보지도 않고 자리를 뜨는 관중들이다. 이날은 LA다저스가 부진해 끝까지 경기를 보지 않은 관객이 더 많았다. 뒷심을 발휘하는 듯하던 LA다저스는 결국 마지막 1점을 넘겨주고 패배했다.

경기가 끝나면 기자는 더 바빠진다. 감독 및 선수 기자회견 때문이다. 서둘러 회견실에 들어서자 감독이 들어와 경기 총평을 한다.

그 뒤에 류현진이 회견장에 들어와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질의응답했다. 난생 처음 유명 운동선수를 가까이서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수십억 연봉을 받는 스타 플레이어지만 연이은 패전 때문인지 목소리가 의기소침하게 느껴졌다.

기자회견까지 모두 끝나니 밤 11시다. 주차장을 가득 메웠던 차도 대부분 빠져나간 시간에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지난 15일 다저 스타디움에 들어선 재키 로빈슨 동상 앞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 야구선수 재키 로빈슨은 그의 등번호였던 42번을 영구결번으로 만들 만큼 다저스에는 특별한 선수다. 그 옆에서 기념 사진을 찍으며 첫 번째 다저 스타디움 방문을 마무리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 갈 때는 짧았던 그 길이 어쩐지 길게 느껴졌다. 미처 다 보지 못한 다저 스타디움의 공간이 아쉬웠다. 나도 모르게 "다시 와야지" 중얼거렸다. 사직구장에서 뛰던 '부산 갈매기(롯데 팬 명칭)'의 가슴이 다저스 구장에서도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김지윤 인턴기자 kim.jiyoon2@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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