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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에 작업하지 않는 민중 미술은 골동품에 불과하다"

1세대 민중작가 임옥상 LA 첫 전시

전시장에 들어섰다. 너무도 강렬한 두개의 대형 작품이 시선을 사로 잡았다. 왼쪽에는 김정은 김정일, 김일성 등의 북한 지도자의 얼굴이, 오른쪽에는 남한의 박근혜, 박정희, 이승만,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의 얼굴이 그려진 작품이 걸려있다. 두 작품에는 남북한의 역대 지도자 외에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일본 아베 총리 등의 얼굴도 포함되어 있다.

제목은 두 작품 모두 '가면 무도회'다.

사회를 캔버스로 작업하는 임옥상 작가의 LA 첫 전시가 베벌리힐스 퍼시픽 디자인 센터에 있는 시메이 갤러리서 진행중이다.

임씨는 1세대 민중작가다. 서울대 미대와 프랑스 앙굴렘 미술학교에서 공부했고 1980년대부터 민중미술이라는 이름아래 활발한 작품 활동을 벌여왔다. 지난 9월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개인전 '바람 일다'에서는 '촛불집회' 등 아주 가까이이 있었던 현대사 사건의 장면을 흙을 재료로 선보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전시를 위해 이달 초 LA를 찾은 임옥상 작가를 만났다. 그는 자신을 '소셜 디자인' '사회 연출가'라고 칭했다. 그만큼 그의 예술은 사회를 외면하지도 곁눈질로 바라보지도 않는다. 똑바로 앞을 직시하고 있다. 임 작가의 LA 전시는 11월 9일까지다.



-이번 전시에는 어떤 작품을 가져왔나.

"가면 무도회는 현재 남북의 극한적 대치 상황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반영된 작품이다. 정치적으로 남북한 모두 정통성을 내세우며 자기야말로 민주적이거나 인민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들이 내놓는 얼굴은 모두 가면일 뿐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제 그만 가면을 벗으라는 것이다."

-등장하지 않는 역대 지도자도 있다. 이유가 있나.

"화면상 굳이 내놓을 필요가 없어서일 뿐이다. 다른 의미는 없다. 그리고 북한 지도자를 그린 작품을 보면 김정은 얼굴 가까이에 실루엣만 그린 검은 얼굴이 있는데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하도 둘이 대치를 하기에 트럼프 얼굴을 나중에 그려 넣었다."

-어찌 보면 지극히 한국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래도 글로벌적인 작품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사실 내 발등에 떨어진 불(한국 사회)이 원체 커서 글로벌한 작품을 그릴만한 여력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민중작가라는 게 좀 생소하다.

"70년대 말에 태동했고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80년대부터다. 단초를 열었던 분은 원동석 선배였다. 당시 4·19혁명 20주년을 맞아 전시를 기획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현실과 발언'이라는 모임을 만들게 됐다. 그 모임이 민중미술의 시작이다."

-미술가 모임에 '현실과 발언'이란 이름이 좀 어색하다.

"미술은 현실을 담아내야 한다. 현실을 얘기해야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소위 미학적이고 예술 본연의 자세로 허위 의식 속에서 미술이 온 것이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반영됐다."

-당시에는 활동이 쉽지만은 않았겠다.

"첫 '현실과 발언전'을 문화예술회관인 '아트코어'라는 곳에서 준비했다. 하지만 오프닝때 전력을 끊어 버렸다. 사람들은 오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아 촛불을 들고 관람객을 맞이해야 했다. 사실 그렇게 첫 전시가 좌절됐었다."

-민중작가들이 여전히 많이 활동하고 있나.

"지난해 봄 '리얼리즘의 복권'이라는 이름으로 그룹전이 열렸는데 전부 옛날 작품을 거는 거다. 맹렬하게 작업하고 있는데 지금의 작품을 걸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당대에 작업하지 않는 민중미술은 골동품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포스트 민중이랄까. 중견작가들보다 후배 작가들이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지금까지의 작품들을 보면 장르나 소재의 제한이 전혀 없어 보인다.

"내 마음대로다. 하지만 오래도록 추구하고 있는 재료는 흙이다. 처음 땅을 그리기 시작하다가 흙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흙은 그림의 마감제가 되기 힘들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고 하는데 흙은 예술은 길지가 않다. 하지만 마침내 오랜 연구 끝에 이번 가나 전서에서 흙을 사용할 수 있게 마감제로 만들었다."

-도자기도 흙에서 오는 것 아닌가.

"내가 말하는 흙은 본연의 성질이 그대로 작품 속에서도 살아 있는 흙이어야 한다. 흙의 느낌만 가져 오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미 흙의 성질이 변한 도자기는 나에게 흙이 아니다. 만약 인류가 멸망하고 내 작품에 씨를 뿌린다면 새싹이 올라와야 한다. 내 흙은 캔버스에서도 살아있어야 한다. 이번에는 여러가지 여건상 가져오지 못해 아쉽다." -사실 대중적인 작품은 아닌 것 같다.

"작가는 일반 사람이 능히 가져갈 수 있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에 뿌리 내리지 못한 작가는 허공에 떠 있는 작가일 뿐이다. 그러나 대중이 바라보는 시선은 나와는 다르다. 앞으로 어느 지점에서는 만날 부분이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 대중도 나도 준비가 안되어 있을 뿐이다. 지금 대중을 위해 그림을 그린다면 내 그림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

전시 관련 자세한 내용은 시메이 갤러리 웹사이트(cmaygallery.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메이 갤러리 주소: 8687 Melrose Ave. Space B226

▶문의:(310)922-3885


글·사진=오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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