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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사도'냐 '과잉 대응'이냐

한인 운영 리커스토어서
위협하는 고객에게 수갑
도망가는 용의자 쫓아가
'시민의 범인 체포' 논란

공권력 없는 시민이 스스로 범죄를 제지할 권리가 있을까.

최근 메릴랜드주 한인이 운영하는 L리커스토어에서 '시민에 의한 범인 체포(citizen's arrest)'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정당한 행위'라는 주장과 '부적절한 과잉 개입'이라는 입장이 부딪히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관계기사 3면>

사건은 지난 8월 발생했다. 당시 한 흑인 고객이 술을 구입하는 문제로 언쟁을 벌이다 종업원에게 욕설을 하며 갑자기 카운터의 물건들을 엎어버리며 위협을 가했다.



이때 업주 김모씨가 911에 신고를 한 뒤 경찰이 도착하기 전까지 고객의 행패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수갑을 채운 것이다.

김씨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 업소에는 다른 손님들도 있었는데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선택한 조치였다"며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다 보니 위험한 사건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비상시를 대비해 수갑을 갖고 다니는데 업주로서 종업원과 다른 고객들의 안전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에 앞서 7월에도 자신의 업소 앞에서 발생한 무단 침입 사건에도 개입됐었다.

지역 신문 등에 공개된 동영상에 따르면 김씨의 업소 앞에서 경찰이 한 흑인 남성을 무단 침입 혐의로 검문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용의자가 경찰이 한눈을 판 사이 달아난 것. 김씨는 이 남성을 쫓아갔고 결국 용의자는 김씨와 경찰에 의해 다시 붙잡혔다.

김씨는 "그 남성이 우리 업소 앞에서 오가는 손님들을 위협해서 경찰이 왔었다"며 "그때도 용의자가 달아나기에 쫓아가서 경찰이 그 사람을 잡을 수 있게 시민으로서 도운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후 김씨의 행동은 논란이 됐다. 시민으로서 공공의 안전이 위협이 되는 상황에서는 정의를 위해 나서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과 범죄가 확실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권력 없는 시민이 개입할 권한이 없다는 주장이 맞섰다.

심지어 흑인 커뮤니티는 이 사건을 '인종 차별' 문제로도 확산시켰다. 김씨의 행동을 두고 "리커스토어 문을 닫으라"며 벌인 서명운동에 무려 6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김씨는 "이건 '인종 차별' 문제가 아니라 커뮤니티 안전에 대한 이슈"라며 "평소 나는 인근 학교, 교회 등에 도네이션도 하고 커뮤니티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편인데 타인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릴랜드주 검찰은 '시민에 의한 범인 체포(citizen's arrest)'를 인정하기 때문에 업주 김씨를 특별히 기소하거나 체포하지는 않았다.

장열 기자

'시민에 의한 범인 체포' 가주 법은…
"명확한 증거 있어야 한다"


가주의 경우 '시민에 의한 범인 체포(citizen's arrest)' 행위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우선 남가주 지역 리커스토어 등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김씨가 겪은 상황을 자주 접한다. 남의 일이 아닌 셈이다.

가주식품상협회(KAGRO) 김중칠 회장은 "리커스토어 업주들은 그런 일을 자주 접하는데 나 역시 그런 비슷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다"며 "술을 훔쳐 도망가는 사람을 잡아 경찰이 올 때까지 붙들고 있었는데 나중에 경찰이 '당신이 왜 그 사람을 잡느냐'면서 오히려 따져 묻더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회원들로부터 그런 사례를 자주 듣는데 그럴 때마다 괜히 그런 상황에 개입되지 말고 '경찰에 신고만 하라'고 권유하고 있고 사실상 업소 내에서 누가 물건을 훔쳐도 지켜보는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시큐리티가드가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한인 경비 업체 DM의 이두하 대표는 "물론 라이선스가 있는 시큐리티가드가 수갑을 채울 수는 있으나 '법'이라는 게 적용하기 나름이라서 상황에 따라 매우 민감하다"며 "시큐리티가드가 아니라도 일반 시민이 수갑을 갖고 다니는 건 본인 자유겠지만 그것을 누군가에게 채운다는 건 자칫 법적 분쟁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은 '시민에 의한 범인 체포'는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가 확보돼야 정당 방위 차원의 입증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제인 정 변호사는 "예를 들어 여러 증인이 존재한다거나 업소 내 감시 카메라 등을 통해 생명의 위협을 당해 범죄 피해를 입은 상황이라는 게 명확히 입증이 돼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매우 복잡해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기준 변호사는 "형사법이라는 게 누가 봐도 '합리적'이라는 게 입증이 돼야 하는데 업주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확실한 증거가 있을 경우 일단 용의자를 붙들어 들 수는 있다"며 "하지만 물리적인 힘이 오고 가는 경우에는 반대로 소송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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