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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례식 인도하고 와 줄 사람 누구겠나"

신앙은 삶 지탱하는 버팀목
교인과 교제로 외로움 잊어
'교통편 문제' 항상 스트레스
돈·건강 없으면 교회도 못 가

늙어감은 죽음과의 거리를 단축한다. 노년층의 시간 흐름은 세상을 떠난다는 의미를 되뇌게 한다.

'신심'은 그러한 말년을 파고든다. 한인사회에서 교회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퓨리서치센터 자료에 따르면 한인 10명 중 7명이 교회에 다닌다. 고령화 시대 속에서 노인의 삶은 종교와 더욱 밀접해졌다. 두 손 모아 소망을 갈구하는 한인 노년층을 들여다봤다.

김영순(82) 할머니에게 목사는 자식보다 더 의지가 되는 존재다. 예배당 입구에서 "권사님, 잘 지내셨지요?"라며 건네는 목사의 한마디가 사뭇 고맙다. 문득 무심한 자식 생각에 코끝이 찡해진다.

6년 전 남편과 사별한 김 할머니에게 교회는 영혼의 위로처다.



"요즘 자식들이 누가 늙은 부모 돌보나. 한 달에 두어 번 잠깐 문안 전화하는 정도지. 홀로 남으면 뭐해. 이제는 빨리 남편 만나러 갈 거야. 그래도 교회 가면 목사가 와서 기도도 해주고 한마디씩 해주는 게 왜 이렇게 위로가 되고 고마운지 몰라."

연약한 인간에게 종교는 버팀목이다. 노인에겐 더욱 그렇다. 과거 꽃다운 젊음도 결국 진다. 흐르는 세월에 몸과 마음도 쉽게 무너진다. 교회는 그런 노인들에게 자아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노연자(72) 할머니는 "나이 들면서 자꾸만 몸이 아프니까 어느 순간 '내가 점점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가는구나'라는 생각에 한동안 힘들고 우울했다"며 "하지만 교회에 다니고 나서부터는 신앙에 의지하게 되고 천국 소망을 갖게 되니까 그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현재 한인교회들은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대부분 '시니어 사역'을 진행한다. 명칭은 다양하다. '브라보 시니어' '늘푸른나무' '아브라함회' '청춘대학' '실버아카데미' '드림회' 등 노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긍정적 용어를 사용한다.

그럼에도 한인 노인들의 필요를 모두 수용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토런스 지역 한 중형교회에서 노인 사역을 담당하는 P목사는 "노인들은 대부분 외로움에 시달리기 때문에 노인 사역은 관심과 사랑이 99%를 차지할 정도로 발품이 드는 사역"이라며 "현실적으로 그들을 모두 돌볼만한 인력도 부족하고 교회 재정도 뒷받침이 안 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그나마 교회에 가서 '소셜 라이프'라도 즐길 정도의 건강이 있다면 다행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한 노인들이 다수다.

정부 보조금에 의지하는 이진섭(70·가명) 할아버지는 "사실 교회라는 데는 벌어놓은 것도 있고 노후가 여유로운 이들에게는 재미있고 즐거운 장소일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노인에게는 적응하기 힘든 곳"이라며 "교회 모임에 참석하다 보면 회비 낼 일도 있고 심방이라도 오는 목사들 식사라도 대접해야 하는데 나처럼 근근이 살아가는 노인에게는 부담되는 일이다 보니 교회 가는 게 꺼려진다"고 전했다.

'라이드(ride)' 문제도 노인에게는 심각한 스트레스다. 서영자(73) 할머니는 그래서 더는 교회를 나가지 않는다.

서 할머니는 "교회 셔틀버스 시간에 반드시 시간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예배 후 다른 모임에 참석하기도 힘들고 그때마다 라이드를 구하는 일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어느 순간부터는 몸이 아프니까 교회 출석도 힘들어지고 자연스레 안 가게 됐다"고 씁쓸해 했다.

노인 교육 사역을 담당하는 미션투게더 이정현 목사는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만든다 해도 '라이드' 문제가 해결돼야 노인들이 올 수 있다"며 현실을 전했다.

그럼에도 부모 마음은 매한가지다. 무심한 자식들의 태도에 때론 섭섭한 마음이 들어도 결국 신(神) 앞에서 두 손을 모으는 이유는 하나다.

LA지역 N교회 출석 중인 김순자(81·가명) 할머니에게 몸이 아파도 교회에 가는 이유를 물었다.

"결국 내가 죽으면 내 장례 예배를 인도해줄 사람이 목사고, 장례식에 와줄 사람들도 교인들이잖아. 어쩌면 매주 만나는 그들이 자식보다 더 정겹게 느껴져. 그래도 우리 자식들, 손자들 무탈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매일 하나님께 그거 기도해".

노인에게 교회는 바다다. 비록 잡히지 않아도 소망을 낚는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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