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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자기만의 '업'에 긍지를 갖자

"명예를 중시하는 사람은 돈과 거리를 둬야하고 돈을 벌고 싶으면 장사를 해야 돼요."

최근 대한민국 최대기업인 삼성 이건희 회장이 투병 4년 만에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기사를 보며 그분의 말이 생각났다.

워낙 유명한 인물이지만 일반인들이 의외로 모르고 있는 사실 한 가지만 들어보자. 이병철 창업주의 막내아들인 이건희 회장이 와세다 대학을 졸업한 뒤 취직한 첫 직장이 어디냐고 물을 경우 대부분 '삼성'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정답은 중앙일보다.

60년대만 하더라도 삼성의 후계자는 이병철 회장의 장남 고 이맹희씨로 여겨졌다. 창업주는 3남인 이건희 회장에게 사회적 파워가 막강한 매스컴을 맡길 생각이었다. 이같은 사실은 고인의 자서전인 '호암자전'에도 나오는 대목이다.



라이벌 조선일보·동아일보에 비해 출생이 45년이나 뒤진 중앙일보는 53년 전 창간되자마자 전국의 인재를 스카웃하는 데 집중했다. 창간-개국 5년 만에 1등 언론기관으로 거듭난 중앙일보-동양방송(TBC)은 살벌했던 유신독재 체제에서도 비판과 개선안을 제시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당시 중앙일보 이사이던 이건희 회장은 이같은 대개혁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1등 중앙 매스컴은 1980년 동양방송이 강제로 문을 닫으며 신문만 남는 아픔을 겪었지만 7년 전 종편 JTBC-TV가 개국, 뉴스-드라마-오락 등 장르별로 예전의 영광을 되찾는 중이다.

반세기 전 삼성 이전에 매스컴을 운영한 이건희 회장은 각 부문에서 소명의식을 지닌 인재들을 귀히 여겼다. 그렇지만 근로 조건을 지나치게 따지는 경우를 보면 다음과 같이 지적하곤 했다.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이 생활의 윤택함과 금전적 여유까지 바랄 순 없다." 저널리스트 같은 특이한 직종에서 유명해지고 물질적 풍요로움까지 '두 토끼' 사냥은 불가능하다는 충고였다. 바꿔 말하면 각종 유혹을 떨칠 수 있는 '헝그리 정신'을 강조한 셈이다.

그런데 이같은 이 회장의 발언이 매스컴 관련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직장인에게 보수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또 선배 세대 기준이 21세기 신세대 후배들에게 그대로 요구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직장이란 곳은 돈벌이 장소인 동시에 본인 나름의 성취감을 일구는 장소이기도 하다.

88년 서울올림픽 직후 언론계에 입문한 기자 역시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덧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는 경우가 점차 줄어드는 것 같아 상당히 아쉽다. 아울러 자기 직업에 대한 긍지·회사에 대한 충성심도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사내 동료들이 한 배를 탄 입장이란 생각보다 경쟁자라는 의식이 세진 탓 같다. 21년 전 IMF 위기 이후 물좋은 부서를 지키기 위해 선후배·동료와의 무한경쟁도 일상화 된 것 같다. 한국의 직장문화가 이같이 승자 독식주의 위주로 흘러서는 장래가 밝다고 볼수 없을 것이다.

잘 살고 싶은 인간 본연의 본능에 대해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몸담고 있는 곳에서 더 의미있는 일에 매진하는 자세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젊은 인재들은 현재 공무원·교직원 부문에 대거 몰려들고 있다. 오랫동안 편안하기 때문이란 이유다. 도전 정신이 사라지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관심은 적다는 것이다. 누구의 잘못은 아니겠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속칭 '신의 직장'이라고 해서 항상 평탄하기만 한 것일까.

일본인들이 즐겨쓰는 속담 가운데 '구야시미가 아레바 다노시미가 아루'(인생은 새옹지마)란 말이 있다. 직장생활 30년째를 맞아 어렵거나 딴 생각(?)이 날때마다 부친이 세운 삼성을 몇십배로 키운 이건희 회장의 말을 떠올리곤 한다.


봉화식/스포츠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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