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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소확행과 미국 젊은이들

한국의 20/30대 사이에서 열풍처럼 불고 있는 소확행(小確幸)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인 말이다. 한국의 젊은층이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소확행은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랑겔한스섬의 오후'에 처음 등장한 말이란다. 이 소설에서의 소확행은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등으로 묘사되고 있다.

개인마다 자신만의 소확행은 다양할 것이다. 주말 혼자 늦잠을 자고 일어나는 것 퇴근 후 반기는 아이의 작은 미소 혼자 즐기는 나른한 오후의 커피 한 잔 한 적한 산 길을 오르면서 들숨에 묻어 오는 나무 향기를 맡는 것 등등…

큰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룰 때까지 현재의 삶을 희생하는 게 아니라 현재의 행복을 추구하자는 데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소확행에 대해서 일부 학자들은 지난해 나온 '한번 사는 인생' 이란 뜻의 욜로가 구체화된 모습이라고 분석하고 일부는 중.대확행을 이루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자화상이라고 비판한다.

번듯한 직장과 내 집에서 배우자와 자녀와 함께 행복을 꾸려가는 게 소확행이라면 기성세대까지는 노력하고 현재의 행복을 희생하면 어느 정도 도달할 수 있던 목표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목표가 중확행 아니 대확행이 돼 버렸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현재 젊은층은 사회생활을 빚더미서 시작하게 된다. 만만치 않은 학비 탓이다. 2016년 대졸자 10명 중 7명의 학자금 부채는 3만7173달러나 된다는 게 대학입시전문 웹사이트 카펙스의 조사 결과다. 결국 상당수의 사회초년생이 취업 후에도 빚을 갚아나가야 하는 셈이다.

그럼 이들의 월급은 많이 올랐을까. 한 연구기관은 현재 임금 수준이 1970년대로 후퇴했다며 임금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비해서 정체돼 있다고 지적했다. 비영리 경제정책연구소(EPI)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7년 풀타임 일자리를 잡은 대졸자는 평균 시간당 19.18달러로 연 3만9000달러 수준이다.

LA의 1베드룸 아파트 렌트비(중간 가격 1360달러) 각종 유틸리티 비용(평균 111달러 선) 음식값 교통비 헬스케어 비용 등을 감안하면 이 소득으로는 일상 생활을 꾸리기에도 빠듯하다. 미래를 준비할 여력도 없다. 결혼도 여의치않다. 웨딩 정보업체인 '더낫(The Knot)'에 의하면 LA지역의 결혼 비용은 4만5000달러 정도. 여기에다 LA카운티에서 살집을 마련하려면 60만 달러(중간 주택 가격)가 있어야 하고 자녀 1명을 양육하는데 23만3610달러가 필요하다. 이는 2015년에 태어난 아이를 17세까지 키우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라는 게 연방 농무부의 설명이다. 이마저도 대학 학비는 제외됐다.

쉬운 게 하나 없다. 기성세대가 이룰 수 있었던 소박한 꿈을 현재 젊은층들이 성취하기에는 말이다.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 탓에 결혼도 자녀 출산도 내집마련도 포기하게 된다.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 수준이 물가와 집값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부의 재분배와 소득격차를 줄이는 정책이 절실하다. 젊은이들이 다시 중확행이나 대확행을 꿈 꿀 수 있게…


진성철 /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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