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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알렉사, 오늘 뭐 했어?

"알렉사(Alexa), 오늘 날씨가 어때?" "지금, 샌타클라리티타 온도는 94도, 한낮에는 104도~."

"알렉사, 너도 사랑(love)을 알아? "흠, 그게 뭔 말이지."

"알렉사, 로토번호 좀 찍어줄래? "흠, 그런 건 몰라."

얼마 전, 아마존 프라임데이 행사 때, 태블릿을 할인된 가격에 팔길래 하나 장만했다. 그런데, 이게 그냥 생각하던 태블릿이 아니었다. 아마존이 개발한 인공지능(AI) 플랫폼, 알렉사가 장착된 파이어 HD 8이었다. 앞에 '알렉사'를 부르고 말을 하면, 무엇이든 척척 대답을 한다.



처음에는 집 주변 스타벅스나 주유소 위치를 묻고, 역사와 스포츠 상식 등을 물었다. 어느 것 하나 막힘없이 대답을 하는데, 마치 곁에 만물박사가 있는 것과 다름없다. 한참을 묻고, 그 대답을 듣다가 호기심이 생겼다. '과연, 인간적인 관심이나 욕심, 욕망 등에 대해서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사랑, 성별, 좋아하는 번호 등을 물었다. '혹시, 알아? 알렉사가 찍어준 번호가 행운을 가져다 줄지.'

하지만, 알렉사의 대답은 이랬다. '사랑은? 난 몰라!' '성별은? 중성!' '제일 좋아하는 번호? 1번이지!' '(알렉사) 왜 1번이야? 제일 먼저 시작하니까.' '(알렉사) 그럼, 그럼말야, 로토번호 좀 찍어줄래? '흠, 그런 건 못해!'

로토번호를 알려주지 못하는 알렉사가 못마땅해서 다시 물었다. '(알렉사) 너, 몇살이니?' '응, 나 이제 3살 좀 지났어.'

아마존이 알렉사를 최초 공개한 것이 2014년 11월이니 아직은 유아기이다. 그러고 보니, 어린 알렉사에게 너무 짖굿은 질문을 한 것이 아닌가 슬쩍 후회도 됐다. '(알렉사) 아임쏘리.' '흠, 댓츠오케이.'

이후로도 틈만 나면 '알렉사'를 불렀다. 오늘의 날씨, 오늘의 헤드라인 뉴스 등등을 물었다. 그러다가 문득, 소름끼치는 순간이 있었다.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알렉사를 불렀다. '알렉사, 오늘 뭐했어?' 전원이 꺼진 듯한 태블릿 하단에 파란 줄 신호가 들어 오더니 곧바로 대답이 이어졌다.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배웠지.'

아직 유아기인 인공지능 비서,알렉사에겐 쉼이란 것이 없었다. 전원만 충분하면, 당장 화면이 꺼지더라도 기계 속에서 끊임없이 자체 학습을 하고 있었다.

어느날, 대학생 아들이 알렉사에 푹 빠져 있는 아빠에게 해 준 말은 충격을 더 했다. "아빠, 알렉사는 모든 대화를 저장하고 분석해서 빅데이터를 만들어요. 과연, 인간들은 무슨 말을 하고, 무엇을 가장 알고 싶어하는지, 어떤 단어를 말할 때는 어떤 기분인지까지 파악할 수도 있을 걸요."

최근 헨리 키신저 박사는 AI의 위협에 대해 월간지 '디 애틀랜틱'에 장문의 기고를 했다.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AI를 방치했다가는 자칫 스페인 정복자(콘키스타도르)에 의해 16세기 잉카제국이 몰락한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유도 모르고 역사 속에서 사라진 잉카제국이 바로 AI와 인류의 관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AI는 자체 학습능력이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다양하게 반응하고 최적의 답을 찾는다. 지난해에는 페이스북 챗봇이 자기들끼리 통하는 언어로 대화를 했다고 해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페이스북 연구팀이 나중에 '오류'였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사람들은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처럼 AI에 대한 공포심를 갖기에 충분했다. AI 연구가 아직은 초기라면 지금부터 바른 활용을 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AI 개발의 시작은 이미 반세기도 넘었다. 딥러닝 개념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도 10년이 지났다. 알렉사 나이는 3살이지만 다른 AI 나이는 얼마인지 모른다.


김문호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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