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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아직 '아름다운 꿈'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은퇴 깜짝 발표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

"빌 게이츠에게 배울 것 많아
교육ㆍ공익 활동 하고싶어"
정치적 음모설 뒷말도 무성

인생 살면서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알아 처신하면 큰 성공은 몰라도 낭패와 좌절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때를 아는 것이 쉽지 않고 알아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 나아갈 때 나아가는 사람은 용감한 사람이고 물러날 때 물러나는 사람은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한다.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잘 안 될 때가 있고 작은 노력에도 큰 성과가 나올 때가 있다. 이것은 우리 삶에는 의지와 무관하게 흘러가는 흐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대자연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듯이 우리 삶에도 이런 흐름이 있어 인생의 여름에는 뭐든 호기롭게 도전해도 좋지만 인생의 겨울에는 욕심을 버리고 조용히 준비하며 인생의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지난 10일 중국 최고 갑부 중 한 명이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 회장이 내년 9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는 깜짝 발표를 했다. 자신의 54세 생일에 맞춰 은퇴 계획을 발표했는데 흙수저 출신에 '꿈' 하나로 성공한 인생역전의 주인공인 그가 최고경영자로서는 한창 나이인 50대 중반에 그것도 탄탄대로를 걷는 회사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했으니 세계의 사람들이 당장 그의 은퇴 속내를 궁금해했음은 당연지사였다.

마윈은 "은퇴는 한 시대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고 "교육에 초점을 두고 더 많은 시간과 재산을 쓰고 싶다"며 "1년 뒤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 아름다운 꿈인 교사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말이 영 믿기지 않았던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다음날인 1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한 마윈을 향해 "이렇게 젊은데 왜 은퇴하려 하느냐"고 돌직구 질문을 날렸다. 마윈은 "회사를 세운 지 19년이 되면서 어느 정도 이룬 것도 있지만 교육과 공익 활동 등 정말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고 답한 뒤 "비록 1년 뒤 은퇴하지만 알리바바는 항상 중.러 양국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점을 보증한다"고 말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러시아 정부도 알리바바의 러시아 내 발전을 전적으로 지지하겠다"는 화답을 얻어냈다.

깜짝 발표였던 만큼 은퇴를 둘러싼 뒷말은 여전히 무성하다. 대만 자유시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숙청작업으로 비명횡사를 당할까 우려한 결단이라고 까지 보도했다.

알리바바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숙청대상인 장쩌민 전 총서기 계열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마윈도 졸지에 장 전 총서기 계열로 비쳐졌다는 것이다. 부패척결 대상으로 지목된 투자회사 밍톈그룹 창업자 샤오젠화 회장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그룹 회장 부동산 갑부인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프랑스에서 실족사한 왕젠 전 하이항그룹 회장 등의 비참한 종말이 마윈 회장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는 음모론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적 소용돌이를 피하기 위한 고육책인지 아직 많이 남은 '아름다운 꿈'을 이루기 위해서인지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물러날 때를 알아 물러났다는 것이다.

12년 전인 2006년 6월 세계 최고 부자였던 또 한 명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가 2년 후 은퇴를 하겠다는 발표를 해 세상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이었다.

아내와 함께 설립한 자선단체인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전념하기 위해 회사의 일상적인 업무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고 이후 그는 쉼없는 거액 기부를 통해 저개발국의 빈곤과 질병 퇴치 공공보건과 의료 기술 개발 교육 지원 등 폭넓은 공공분야에서 자선활동을 하며 세계인의 존경을 받고 있다.

마윈 회장은 인퇴를 앞두고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빌 게이츠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 일찍 은퇴하는 것이 낫다"고 말해 글로벌 기업인으로서 그가 펼칠 '아름다운 꿈'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맨홀 뚜껑 '몰카'가 창업 씨앗 … 별칭은 화산파 고수 풍청양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월급 13달러 받고 영어강사
통역 미 출장서 인터넷 접해


1995년 어느 날 저녁 항저우 시내에서 불량배로 보이는 서너 명이 맨홀 뚜껑을 훔치고 있었다. 그 무렵 중국에선 뚜껑 없는 맨홀에 어린이들이 추락하는 사고가 빈발했다. 그러나 행인들은 뚜껑 절도 현장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청년이 유일하게 "멈추라"고 소리쳤다. 불량배들이 위협했지만 더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항저우 TV 프로그램 '몰카'에 용감한 시민으로 등장한 청년이 바로 항저우전자대 영어 강사 마윈이었다. 이를 계기로 마윈은 항저우시 통역이 됐고 시 관리들을 따라 미국에 출장 갔다가 인터넷을 처음 경험했다. 1999년 알리바바 창업의 씨앗은 그때 뿌려졌다.

마윈은 1964년 중국 항저우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중국 전통연극인 경극 배우였으며 집안은 가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어린 마윈은 독종이 됐다. 키도 작고 체구도 작았던 그는 주변 친구들에게 무시당하거나 홀대받기 일쑤였으나 '싸움닭'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마윈의 어린 시절을 잘 아는 지인들은 한결같이 그를 '친구들을 괴롭히는 덩치 큰 아이들에게 정면으로 달려들어 피가 나고 살이 터져도 끝까지 싸우던 녀석'으로 기억한다.

마윈의 어린 시절은 고난의 연속이다. 수학점수가 낮아 낙제의 연속이었고 대학도 2번이나 떨어지고 나서야 간신히 항저우 사범대학 영어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석사과정을 마치고 졸업한 그는 89위안(약 13달러)의 월급을 받으며 교단에서 영어 강사로 일했다.

그러다 결국 20대 후반 영어교사의 꿈을 접고 '하이보'라는 통역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회사는 일거리가 없어 사실상 개점휴업이었으며 일이 있어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에도 힘든 수준이었다.

인생의 반전은 바로 미국 출장길이었다. 구글이 나타나기 전 넷스케이프를 중심으로 초기 인터넷 문화가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하던 때 마윈은 미국 지인의 집에서 인터넷으로 검색 시장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출장에서 돌아와 중국 기업의 명단을 담은 '차이나 페이지스'를 설립했다. 중국 최초의 인터넷 회사다. 그러나 이메일도 몰랐던 마윈에게는 너무 무모한 도전이었다. 회사는 1997년 문을 닫았다.

쓰라린 실패의 연속에 1998년 중국 대외경제무역합작부에 취직해 공무원으로 변신했으나 결국 퇴직해 1999년 자신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동료 17명과 함께 두 번째 인터넷 회사 알리바바를 설립했고 '미친 잭' '노르망디 상륙작전' '독재자' 무협소설 '소호강호'에 나오는 화산파 고수 '풍청양'이라 불리며 이베이와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시가총액 4000억 달러가 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웠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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