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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사 읽을 때 '바이라인'부터 봅니다"

[LA중앙일보] 발행 2018/09/22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18/09/21 19:34

창간특집 시리즈 '독자를 만나다'
(1) 장열 기자의 어머니

기자인 아들 때문에 어머니는 신문을 매일 꼼꼼하게 읽는다. 따끔한 지적도, 응원도 해주는 나와 가장 가까운 독자다. 김상진 기자

기자인 아들 때문에 어머니는 신문을 매일 꼼꼼하게 읽는다. 따끔한 지적도, 응원도 해주는 나와 가장 가까운 독자다. 김상진 기자

기자에게는 최초·최고의 독자
기자명 보고 읽으니 신뢰 쌓여
'셸터 이슈'로 언론의 힘 절감

한인의 관점에만 갇히지 말고
주류의 다양한 시각 보도하길
'해야할 말' 하는게 기자 본분



중앙일보가 창간 44주년을 맞아 '독자와 기자가 만나다' 시리즈를 시작한다. 이번 시리즈는 일상적인 인터뷰 형식을 탈피해, 취재원과의 사적인 교류와 소통을 통해 독자들에게 친근한 신문으로 다가가려는 취지로 기획됐다. 인터뷰 대상은 독자, 취재원 등을 비롯해 기자의 가족과 친구까지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인터뷰에서는 기자와 독자, 신문에 대한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들을 나누게 된다. 시리즈 첫회로 사회부 장열 기자가 그에게 있어 최초이자 최고의 독자인 '어머니'를 취재했다.

글=장열 기자. 사진=김상진 기자


대개 독자들은 제목부터 보고 관심이 가면 기사를 읽는다.

하지만 그레이스 장(67·사이프리스)씨는 순서가 조금 독특하다. 뉴스를 접하기 전에 '기자명(바이라인)'을 가장 먼저 본다. 중앙일보 기자인 아들 때문이다.

나에겐 어머니만큼 매서운 눈을 가진 독자는 없다. 그 누구보다 꼼꼼하게 기사를 정독한다. 내 기사가 지면에 나가면 제일 먼저 반응을 보이는 분이다.

출근길에 종종 휴대폰 벨이 울린다. "괜찮겠니? 오늘 항의 전화 많이 받을 것 같은데…" "칼럼을 너무 복잡하게 썼더구나. 쉽게 써야지." "주변에서 너 기사보고 얘기 많이 하더라."

기자명부터 보는 어머니는 이제 웬만한 기사는 대략 내용만 봐도 누가 썼는지 알 정도다. 다른 신문 기자들의 이름까지 친근하게 느끼는 이유다.

-요즘 엄마처럼 꼼꼼하게 읽는 사람 있을까?

"그래도 주변을 보면 신문 읽고 정보 얻는 한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니? 특히 언어 문제 때문에 한인 신문 통해서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접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 물론 나처럼 기자명까지 확인하면서 읽는 사람은 많이 없겠지만…."

-기자명을 알면 어떤게 좋아요?

"기자 이름을 먼저 보고 기사를 읽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신문 보는 관점이 바뀌더라고. 그 기자에 대한 신뢰가 쌓인다고 할까. 어떤 기사는 '정말 취재를 열심히 했구나' 하는 게 묻어나잖아. 그때부터는 그 기자를 기억하게 되고 이름만 봐도 믿고 보는 어떤 신뢰 같은 게 생기더라고."

어머니는 최근 한인 언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실히 느꼈다. 최근 본지가 연일 보도한 노숙자 셸터 기사 때문이다.

-그 기사가 왜 기억에 남았어요?

"만약 이번에 한인 언론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겠어. 언론이 때로는 비판도 하겠지만 한인사회의 목소리를 그만큼 주류에 적극적으로 대변해주는 게 결국 언론밖에 없는 거였잖니. 그게 한인사회의 힘이 되는 거고. 이번 이슈를 보면서 '이래서 커뮤니티 언론이 필요하구나'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지. 너희 신문에서 예전에 연재를 읽은 기억이 있는데…미주 독립운동 당시에 '신한민보' 같은 신문이 있었으니까 한인들의 목소리가 전달된 거 아니었겠니."

어머니는 독자이면서 동시에 취재원이기도 하다. 8년 전 LA한인타운내 어덜트 스쿨(Adult School.성인교육학교) 3곳이 LA통합교육구의 예산 삭감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이 때문에 당시 영어 회화반, 시민권 준비반, 컴퓨터반 등에 등록돼있던 1000여 명 이상의 한인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었다.

당시 그 기삿거리를 가장 먼저 알려준 게 어덜트 스쿨에 다니고 있던 어머니였다. 나는 그 제보를 기반으로 취재를 시작했고, 본지의 기사 보도로 이슈가 됐다. 이후 교육구는 예산 삭감안을 재검토해 한인타운 어덜트 스쿨 3곳을 모두 존속시키기로 결정한 바 있다. <본지 2010년 4월23일자 A-1면>

-엄마한테 기삿거리 진짜 많이 얻은 것 같아.

"사람들이 기자나 신문사를 좀 어려워하는 것 같아.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 기자는 뭔가 날카로울 것 같잖아. 독자는 일방으로 기자의 글만 접하니까 어떻게 기자랑 소통하고 연결될 수 있는지 잘 모를 거야. 그래서 너에게도 늘 말하잖니. 독자들한테 전화오면 친절하게 잘 받아주라고. 그런 게 다 독자랑 소통하는 거니까."

-엄마는 중앙일보에 바라는 점 있어요?

"종종 독자의 시각을 넓혀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셸터 이슈는 우리에겐 너무나 필요한 기사였지만, 반면에 주류 사회에서는 여러 관점도 있다고 들었어. 독자 입장에서는 사실 그런 시각도 궁금하거든. 물론 '한인'의 관점에서 보도하는 것도 좋지만 어쩌면 그게 미국이라는 큰 틀 안에서 보면 한인이라는 울타리에 우리의 시각을 스스로 가두는 맹점도 있을 것 같아. 그런 면에서 골고루, 다양한 시각을 보도해주면 독자 입장에서는 더 넓게 생각해볼 수 있으니까 좋을 것 같아."

기자는 늘 새로운 이슈를 찾아 뛰어다닌다. 때론 항의에 시달리기도 하고 업무상 스트레스의 강도도 심하다. 어떤 때는 '기자'라는 타이틀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때마다 어머니의 한마디 위로가 그 버거움을 잊게 했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공공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말'을 하는 게 본분이잖니. 그러니 힘내고 지금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거라."

어머니는 나의 '제1 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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