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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종교계 다양한 핼로윈 대체 행사 연다

[LA중앙일보] 발행 2018/10/30 종교 22면 기사입력 2018/10/29 17:49

핼로윈데이는 종교계에서 '귀신의 날'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부정적으로 여겨지지만, 한인교회의 경우 대체 행사 등으로 보내고 있다. [중앙포토]

핼로윈데이는 종교계에서 '귀신의 날'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부정적으로 여겨지지만, 한인교회의 경우 대체 행사 등으로 보내고 있다. [중앙포토]

핼로운 문화 반응 저마다 달라
"안 좋은 영향" vs "이용하자"

불교 "미국의 문화도 존중해야"
가톨릭 "그렇게 달갑진 않다"
개신교 "대체 행사로 변환시켜"


10월의 마지막 날은 '핼로윈(Halloweenㆍ10월31일)'이다. 미국의 가장 대표적 전통 행사다. 핼로윈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기는 연례 축제다. 하지만, 종교계만큼은 이를 받아들이는 온도차가 다르다. 핼로윈이 유령, 마녀 등과 함께하는 '귀신의 날'로 여겨지면서 이를 피하는 경우도 있는가하면 핼로윈을 하나의 좋은 문화로 이용하자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한인 종교계에서는 핼로윈을 어떻게 보낼까. "문화는 그냥 문화로 받아들이자"라는 목소리부터 대체 행사를 꾸미는 사례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핼로윈을 보낸다.

본래 핼로윈은 성인 대축일(11월1일ㆍ모든 성인을 기념하는날) 전야제로 가톨릭 행사에서 기인한다. 앵글로색슨어로 '핼로(hallow)'는 '성인(聖人)'을 뜻한다.

하지만 전야제는 죽은 자의 영혼이 땅으로 내려올 때 정령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유령 복장을 하고 귀신을 막는다는 켈트족(아일랜드나 영국 등에 살던 족속) 풍습과 결합하면서 조금씩 변질되기 시작했다.

일단 가톨릭에서는 오늘날 핼로윈 풍습을 그렇게 반기지 않는다.

김재동 종신 부제(LA)는 "가톨릭은 현재의 핼로윈을 이교도의 문화로 보기 때문에 종교적 관점에서는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바로 다음날(11월1일)이 '성인 대축일'이고 한 달간 '위령성월'이 이어지기 때문에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며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경건하게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 제니 조(43ㆍ어바인)씨도 "자녀들이 핼로윈을 친구들이나 학교의 코스튬 파티를 통해 즐기는 것까지 반대하지는 않지만 핼로윈이 갖고 있는 귀신과 관련된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꼭 교육을 한다"며 "특히 핼로윈이 시즌이 되면 가톨릭과 관련이 되는 위령성월(11월)에 대해 그 중요성을 알려준다"고 전했다.

반면 불교계는 핼로윈을 다양한 문화 중 하나로 존중하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오락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원불교 양은철 교무는 "핼로윈 시즌이 되면 우리 원불교 아이들도 즐겁게 그 분위기에 동참하며 즐긴다"며 "특별히 종교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문화는 그냥 문화로 이해하자'는 식이기 때문에 반감 같은 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인 불교계 한 스님은 "불교는 기본적으로 그 나라의 문화나 종교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개신교의 경우 서서히 인식이 변하고 있다. 그동안 교회에서는 대체로 핼로윈을 문화적으로 즐기도록 장려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귀신의 날'로 여기면서 그동안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요즘은 교회마다 핼로윈이 되면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나 지역사회를 위한 전도 이벤트 등의 대체 행사로 치르고 있다.

요즘 남가주 지역 한인 교회들은 31일(내일) 핼로윈 대체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교회마다 행사 이름도 독특하고 개성이 넘친다. 핼로윈을 변형시킨 '홀리윈(holyween)' '할렐루야나이트' 등 톡톡 튀는 명칭으로 행사를 준비한다.

LA지역 주님의영광교회 관계자는 "우리는 교인들로부터 캔디 도네이션 등을 받아서 행사 당일 참석하는 아이들에게 나눠주려고 한다"며 "아이들이 교회로 와서 핼로윈을 보낼 수 있도록 기독교적 행사로 변형시켰는데 성경 속 인물의 복장을 입고 오기도 하고 코스튬 준비를 하면서 아이들과 부모가 서로 대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게 목적"이라고 전했다.

교계의 핼로윈 행사는 무엇보다 부모들에게도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자녀가 핼로윈데이 때 어둡고 위험한 밤 거리를 다니며 이웃에게 캔디를 얻는 '트릭 오어 트리트(Trick or Treat)' 때문에 여러 가지 안전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교회 내에서 안전하게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신은영(37·풀러턴)씨는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에서는 여름 시즌의 여름성경학교 만큼 기다려지는 게 교회의 핼로윈 행사이기도 하다"며 "일단 아이들이 핼로윈 분위기를 너무 좋아하는데 이를 교회에서 기독교적인 이벤트를 통해 참여하게 되니까 교인 입장에서 안심도 되고 부모들은 아이들을 맡겨 놓고 개인 시간도 가질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게다가 일부 한인 대형교회의 경우는 핼로윈 대체 행사 뿐 아니라 이를 지역 주민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 행사로 꾸미고 있다. 핼로윈 대체 행사가 열리면 각 교회에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자녀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한다. 행사는 각 교회별로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가족 연합예배부터 다양한 먹거리, 게임코너, 이벤트 부스 등 화려하게 꾸며진다.

주일학교 교사인 유은철(42ㆍLA)씨는 "무조건 핼로윈 문화를 배척하기보다는 이를 건전한 기독 문화로 변환시키는 일도 교회의 역할"이라며 "세상에서는 핼로윈 문화의 폐해가 많지만 신앙을 가진 부모나 주일학교 교사들이 이러한 문화를 크리스천 자녀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교육하고 도와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물론 개신교계에서는 교회가 핼로윈 행사를 진행하는 것과 이를 즐기는 것에 대해 여전히 반대 목소리는 있다.

지난해의 경우 부에나파크 지역 유명 놀이공인인 나츠베리팜(Knott's berry Farm)'이 가상현실 기술이 적용된 공포체험관을 개장했었지만, 남가주의 유명 목회자인 릭 워렌 목사(새들백교회)가 나츠베리팜측에 공식 항의를 하면서 공포체험관 문을 닫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귀신에 대한 공포와 영적으로 부정적 인식을 심어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핼로윈에 가려진 '10월31일'
본래 개신교에선 종교개혁일


개신교의 경우 '10월31일'은 본래 특별한 날이다.

'종교개혁 기념일'이기 때문이다.

마틴 루터가 당시 교회와 성직자의 타락, 잘못된 구습 등에 대항해 "다시 성경으로 돌아가자"며 목숨 걸고 비텐베르크 성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붙인 날(1517년 10월31일)이다. 이로 인해 '10월31일'은 개신교의 생일과 같은 날로 기념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에서는 핼로윈 문화로 인해 종교개혁 기념일이 가려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지금은 일부 교회 또는 목회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개신교회나 교인들은 '10월31일'을 특별히 종교개혁 기념일로 보내지 않는 곳도 많다.

심지어 개신교에서는 지난해가 '종교개혁 500주년'이었다.

한인 2세 사역자 데이브 노 목사(어바인)는 "아마 대다수의 개신교인들에게 '10월31일이 무슨 날이냐'고 물어본다면 '종교개혁 기념일'보다 '핼로윈'을 먼저 떠올릴 것"이라며 "지난해가 종교개혁 500주년이어서 개신교 곳곳에서는 그 의미를 되새기고 각종 행사까지 열렸는데 올해는 다시 그 열기가 수그러든 것 같아서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물론 핼로윈과 종교개혁일을 연결시켜보자는 의견도 있다.

기독문화선교연구원 박세종 연구원은 핼로윈을 두고 "독일의 많은 교회에서는 이 날 '루터의 사탕'을 만들어 어린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사탕을 나누며 종교개혁의 의미를 가르치고 되새기게 한다"며 "핼로윈을 축제로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종교개혁의 날로 정해 축제의 의미를 즐겨보는 것을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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