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12% 올랐다…'무역전쟁' 역풍 현실화
연준·시카고대학 보고서
관세 부담 소비자에 전가
미국 기업 덩달아 값 올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로 이들 제품의 미국 내 판매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22일 전했다. 또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미국 기업의 중국 사업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은 결국 '아메리카 로스트'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카고대학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2일 수입 세탁기에 대한 고율 관세로 인해 소비자들이 부메랑을 맞았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율 관세로 인해 미국 내 세탁기 가격은 지난해 평균 86달러, 퍼센티지로는 12% 올랐다. 제조사들이 관세 비용 상쇄를 위해 가격을 인상하면서 결론적으로 소비자들이 세탁기 고율 관세 비용을 떠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무부는 추가 관세로 8200만 달러의 수입이 증가했지만 미국 소비자는 이 때문에 15억 달러를 더 부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세탁기에 대한 추가 관세로 미국 내에 총 1800개의 새 일자리가 생겨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일자리 한 개당 81만7000달러의 비용을 지불한 셈이다. 샌프란시스코 연준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 당시에는 일자리 1개에 12만5000달러를 지출했다.
미국은 지난해 삼성·LG 등 외국 업체가 제작한 수입 세탁기에 대해 120만대 이하 물량에 20%, 그 이상 물량에 50% 관세를 물리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세탁기 가격 인상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제품인 건조기 가격까지 덩달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세탁기와 건조기를 한 묶음으로 사는 소비자 성향을 고려해 기업들이 세탁기 관세 비용을 건조기에 나눠 전가함으로써 가격 상승을 일부 은폐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관세에 따른 20% 가격 인상을 세탁기에만 반영하지 않고 세탁기와 건조기 가격을 모두 11.5%씩 올리는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상황에 편승해 미국 회사인 월풀도 세탁기 가격을 인상해 결국 소비자만 더 비싼 가격에 세탁기를 구입해야 하는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WSJ은 무역전쟁이 끝나더라도 장기적으로 미·중 마찰을 사실상 '상수'로 여기고 중국과의 사업 관계를 점차 줄여나가려는 업체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병일 기자 kim.byong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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