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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그레이칼럼] 굳건한 남자들의 세상

일본의 국방장관인 방위대신은 해마다 국방부에 공헌한 사람이나 공사 기업과 단체를 전국에서 선정해서 감사장을 수여한다. 9월에 남편이 수여자로 결정된 연락을 받고 한국과 일본에 사는 지인들을 떠올리며 흥분했다.

우리는 23년전부터 몽고메리에 1년 교육받으러 오는 일본 군인들의 스폰서로 그들의 미국생활이 편안하도록 도운 봉사를 인정받았다. 첫 가족과 만난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30 가족과 인연을 맺었다. 이제는 해마다 새로 오는 군인들은 점점 젊어지고 우리는 거울을 멀리한다.

도쿄에 비가 추적추적 내린 날, 행사장인 그랜드 힐 이치가야 호텔에 도착하니 군인들로 북적였다. 몽고메리에서 교육받았던 대령이 우리를 맞아서 사람들로 번잡한 로비에서 체크인을 도왔다. 한 여군이 남편의 양복 왼쪽 허리쯤에 이름이 적힌 리본이 달린 커다란 붉은 꽃을 달아주고 나에게는 이름없는 리본의 작은 노란 꽃을 달아줬다. 초청장이 ‘미스터 그레이와 동반자’라 갸웃했는데 실제였다. 대령의 안내로 대기실로 가니 누군가 빠르게 차를 대접했다. 남자들이 대화하는 동안 나는 녹차를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니 나같은 동반자들이 몇 있었다.

화려한 연회장 한면에 ‘방위대신감사장증정식’ 사인 아래 대형 일본기가 걸려있고 무대 양쪽에 의자들이 있었다. 중앙에는 널찍한 거리를 둔 일련의 의자들이 줄줄이 넓은 연회장을 채웠다. 수여자들은 자신의 이름이 붙은 자리를 찾아갔고 남편도 그의 자리를 찾아 앉았다. 양옆과 뒷벽에 마련된 참관인을 위한 의자 몇 중에 다행히 나는 남편과 가까운 곳의 의자에 앉았다.



짙은 색 정장에 똑 같이 붉은 꽃을 달고 앉은 120명 남자들이 비슷비슷해서 약간 혼돈스러웠다. 두런두런 대화하던 사람들은 진행자의 안내 방송에 모두 앞을 보고 정좌했다. 진행자가 방위대신이 감사장을 수여하는 의식을 두 군인을 앞세워 실예를 보여주는 동안 연미복에 하얀 꽃을 단 민간인 수뇌들이 들어와 왼쪽의 의자에 앉았고 각군 참모총장들은 오른쪽의 의자에 앉았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듯한 정적속에 모두의 엄숙한 표정이 이상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바로 눈앞에 펼쳐진 일본제국주의의 긴 그림자에 내 기분도 묘했다.

시간관념이 철저한 일본이다. 정확한 시간에 연미복의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대신이 연회장에 들어서자 모두 일어섰다. 그가 국기를 향해 경례하고 군무원 앞줄의 첫 의자에 앉자 모두 자리에 앉았다. 그는 일어나 수여자들을 환영한 후 앞줄 오른쪽에 앉은 수여자를 찾아가 앞에 섰다. 진행자가 이름을 부르면 수여자가 일어섰고 방위대신은 따르는 군인이 건네준 감사장을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 두 손으로 정중하게 전하며 감사했고 수여자도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 받았다. 양쪽에서 군인들이 빠르게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방위대신은 다음 수여자에게 옮겨갔다. 이런 개별 수여식이 거의 40분 진행되는 동안 기운을 북돋우는 부드러운 음악이 배경에 넘실거렸다. 여성수여자는 한 사람도 없고 남편은 유일한 외국인이었다.

마지막 수여식을 마친 방위대신은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그는 곧 일어나 국기에 예의를 표하고 감사인사를 했다. 이어서 나이 지긋한 노인이 일어나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답례 인사를 했다. 노인의 당찬 톤으로 국가에 충성을 천명함을 느꼈다. 방위대신은 돌아서서 다시 국기에 경례하고 퇴장했고 군민수뇌부들이 차례로 따랐다. 처음 목격한 엄숙한 국방부 행사가 “완전 남자들의 세상”이라 지적하니 남편이 조용하라며 눈치를 줬다. 수여자들은 기념사진을 찍느라 이동했고 나는 몇 동반자들과 대기실에서 우아하게 차를 마셨다. 부부는 동등한 문화에 익숙하다가 동반자가 된 기분 또한 묘했다.

리셉션이 열린 연회장의 지정 테이블에서 예전에 스폰서했던 스기야마 대장이 반갑게 맞아줬다. 그러나 곧 많은 사람들이 공군참모총장인 스기야마 장군에게 다가와 명함을 건네고 사진찍기를 원하는 바람에 남편은 나가노에서 온 남자와 대화했고 나는 옆의 사람들과 영어가 통하지 않아 머쓱했다. 미국인들과 달리 일본인들은 같은 테이블에 둘러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테이블에 가득한 우아한 예술품으로 변신한 일본 최고의 음식을 맛보다가 오키나와 시의원의 권유로 우리는 오노데라 방위대신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마지막에 방위대신을 시작으로 일렬로 늘어선 국방부의 군민지도자들과 인사하고 연회장을 나섰다. 어둠이 짙은 밖은 여전히 비가 내렸다. 일본 국방부의 굳건한 남자들의 세상을 목격한 일은 특별한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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