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신소정 칼럼] 육아 도우미

친구가 요새 가사 도우미를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며느리와 딸이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하나씩 낳아서 친손자, 외손자 한꺼번에 보아서 좋다고 기뻐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집안에 무슨 일이 있었나 했더니 육아 문제였다. 전업주부인 며느리와 딸이 아기 하나 키우는 것을 쩔쩔 매며 밖에서 일하고 온 남편을 소같이(?) 부리다 못해 이제 친정 부모와 시부모를 수시로 불러댄다는 것이다. 가끔씩이야 도와줄 수 있지만 양쪽 부모들을 마치 돈 안 드는 가사, 육아 도우미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두 집을 번갈아 다니고 있으니 ‘육아 도우미’ 맞단다. 벌써 몇 달이 지났으니 힘이 들기도 하고 자기 시간이라고는 통 없으니 화가 나서, 며느리한테는 아직 말도 못하고 며칠 전 딸에게만 이제 다시 오지 않겠다고 한 소리하고 왔단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자신과 사돈이 육아, 가사 도우미처럼 자식들 집에 드나들면서 도맡아 일을 해주는데도 딸과 며느리가 아이 키우는 게 힘들다며 하나 이상은 낳지 않겠다고 하는데 이런 현상은 비단 자기 집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일부 현상이라 할지라도 걱정스러운 일이지만, 저 출산은 이미 국가적인 문제가 되어 있으니 꼭 일부 현상이라고 할 수도 없다.

맞벌이 부부들은 마땅한 양육자가 없어서 출산을 회피하고, 또 젊은 부부들 일부에서는 자신들만의 생활을 즐기기 위해 아이를 낳지 않으려 한다. 전업주부들도 육아가 힘들다며, 하나 이상은 낳지 않으려 한다니 출산율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아기를 낳고 키우는 것은 축복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아기는 사랑스럽지만 사랑스러운 짓만 하지는 않는다. 이유도 없이 울어서 밤잠을 설치는 것은 보통이다. 또한 알 수 없는 아기의 필요와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서 부모는 자신만을 위한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 그렇지만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 없이 살고, 사랑하며, 자식들 자라나는 것이 삶의 큰 기쁨인데 무슨 이유로든지 자식을 낳지 않겠다는 것이 기성세대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요즘은 옛날과 달라서 젊은이들의 생각이 옳네 그르네 해서도 안 된다니 충고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부모 세대가 살았던 세상과 달리 풍족한 환경에서 부족한 것 모르고 자란 젊은 세대들에게는, 막중한 책임과 무한한 희생으로 느껴질 육아문제가 거부하고 싶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이유로 출산을 기피하거나 아니면 육아의 대부분을 자신들의 부모에게로 혹은 육아 도우미에게로 떠넘기게 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라도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올바르고 굳건하게 대처할 수는 없을까. 우리 시대와 달라진 자식들의 삶의 방식을 거부할 수도 없고 받아들이지도 못한 채, 우왕좌왕할 것이 아니라 부모가 흔들리지 않고 든든한 주체가 되면 어떨까 싶다.



먼저, 자식들도 늙어가는 부모를 배려할 줄 알아야 하니까 노년에 이른 부모의 체력과 은퇴 후의 삶의 계획을 알리고 육아나 살림을 도맡아 해줄 것이 아니라 부모가 주도해서, 과도한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도움을 주면서 차츰 자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힘들어 하는 자식들이 안타깝다고 마냥 일방적으로 희생하며 상처 받을 것이 아니라, 젊은이들이 더 잘 살아내기를 바란다면 부모가 좀 이성적으로 대처할 필요도 있다. 몇 십 년 전보다 풍요로워진 한국에서 살기 힘들다고, 혹은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출산과 육아를 기피하는 것에는 경제적, 사회적인 요인도 크겠지만 부모가 자식 고생할까 봐 넘치게 베푼 탓은 아닌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저 출산과 육아 문제에 있어서 국가의 적절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먼저 개개인의 자기 중심적인 가치관과 삶의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친구에게 전화해야겠다. 자식들이 노년의 부모를 배려하며 스스로 육아와 살림을 해낼 수 있도록 네가 좀 줏대 있는, 그래서 좋은 변화를 일으키는 ‘주도적인 육아 도우미’가 되어 보는 건 어떻겠냐고 말이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