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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쳇바퀴 일상의 소중함

묶여 있던 일상을 풀어 놓으며 집을 떠나 여행길에 오르는 일은 마음 설레는 일이나 많은 이민자들이 그렇듯 가족이 다 같이 여행을 떠난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어디 가까운 곳이라도 떠나보려는 여행 계획을 세우다가도 '다음에. 나중에' 하며 미루다 보니 미국 생활 십수 년이 지나도록 가족 여행을 한 번도 가지를 못 했다. 막상 가려고 하면 현실적인 면에서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고, 운영하는 비즈니스를 주인이 자리를 비운다는 것도 염려되는가 하면 또 하나의 가족인 반려견 '나리'도 어디 맡겨야 하는 등 걱정거리가 하나둘이 아니다.

작년에 출가해서 일본에 살고 있는 큰딸이 친정에 다니러 온 차에 '효도 여행'을 시켜 준다는 제의도 있어 모처럼 가족 여행을 함께 가기로 했다. 회사 일로 같이 오지 못한 사위는 빠졌지만 둘째 딸은 휴가를 내고 합류했다. 가족 넷이서 여행을 가 본 게 언제였는지 까마득할 정도로 오랜만의 일이다. 이제 머지않아 아기까지 생기면 당분간 가족 여행을 한다는 건 더 어려워질 것 같다는 생각도 한몫 거들었다.

멕시코의 휴양지 한 곳을 택해 길을 나섰다. 일상의 모든 걱정 다 내려놓고 떠나기로 했다. 다 내려놓는다는 것이 말처럼 쉬울까마는 며칠만이라도 매달의 수입과 지출의 계산을 따져야 하는 스트레스와 나를 옥죄고 있는 책임감에서 벗어나 완전한 '쉼'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두세 시간 비행 후,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착지에는 뒤늦게 찾아온 캘리포니아 삼월의 추위와는 다르게 기온이 화씨로 20도는 더 높다. 과연 천혜의 휴양지라는 수식어가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설 좋고 경치 좋은 리조트 안에서 얼마든지 먹고 마시며 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마침 와이파이 접속도 원활하지 않아 스마트 폰의 굴레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아침에는 깨끗하고 파란 코발트 빛 바다를 보며 산책을 하고 낮에는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때맞춰 각종 음식을 바꿔가며 식사를 즐기고 밤에는 마티니나 칵테일 같은 가벼운 술 한 잔을 곁들이며 쇼를 보니 귀족의 호사가 부럽지 않았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여유와 자유로움을 다시 찾은 듯 밝은 기분이 들었다. 해변에 피워 놓은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은 가족들의 가슴은 부드럽게 열리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각자 바쁜 탓에 가슴을 터놓고 얘기할 시간도 기회도 없었던 가족들이 깊은 속내의 얘기들을 꺼내며 나누었다. 가족들의 사랑을 다시 확인하는 감동과 행복의 시간이었다.

짧은 일정의 여행에서 돌아오니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과 처리할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만에 만난 우리 막내 '나리'도 가족과 이별이 서러웠다는 듯 아내 품을 파고든다. 누군가 말했듯이 여행은 돌아갈 내 집이 있기에 즐거운 것이라고 나도 집에 돌아오니 역시 내 집이 최고로 편해서 좋다.

여행을 통해 하루하루 쳇바퀴 도는 듯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다시 느끼며 활기찬 내일을 살아갈 새로운 힘을 얻는다.


송 훈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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