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살며 생각하며] 폭포에 둘러 싸인 히말라야

히말라야의 품에 안기다 (17)

바위 틈 사이로 흘러 내리는 폭포는 이곳 히말라야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광경일 것이다. 사방으로 깎아 지른 절벽에서 눈이 녹고 비가 와서 흐르는 폭포수는 장관을 이룬다. 아마 이런 절경을 보지 못했다면 점심 후 걷는 3시간30분은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3000미터 이상의 산들이 사방에서 각자의 자태를 뽐내고 있으니 보고 있는 우리의 눈은 호강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콸콸 쏟아내리는 물이 대나무 서너개로 엮어 만든 다리를 지나는데 잠시 멈칫하게 만든다. 한 순간도 조심하지 않으면 나뿐 아니라 다른 산우들의 일정까지 망쳐 놓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좌측으로 여러 겹의 돌들이 쌓여 있는 절벽에서 폭포수가 흐르는데 마치 맨해튼의 대형 건물에 설치되어 있는 조형물처럼 누군가 만들어 놓은 듯 완벽하기 그지 없다. 4월 말부터 히말라야는 눈이 녹는 계절이기에 물이 넘치는 곳이 많아 임시로 만든 듯한 엉성한 대나무 다리가 가는 길마다 놓여 있다. 오후 4시 우리가 묶을 데우랄리에 도착했다. 이곳부터는 방이 부족하여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맨 끝방 구석에 자리를 잡고 흠뻑 젖어 있는 등산화부터 벗었다. 8명이 한 방을 쓰게 된다. 마지막으로 들어와 문 앞 침대를 보고 있던 노익장 SK가 심란한 표정을 지을 즈음 어르신들 방은 따로 준비되어 있다고 부른다. 결국 7명이 룸메이트가 되었다. 산을 터득한 듯한 모습의 NS, 카메라를 메고 고군분투하는 NM, 그리고 입술이 두툼해서 한 눈에 척 알아볼 수 있는 IS가 처음으로 우리들과 함께 하면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런데 NM이 등산화를 벗는데 보니까 발목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고 퉁퉁 부어 있는게 아닌가. 어쩐 일인가 했더니 사진을 찍다가 삐끗했다고 한다. 그 상태로 카메라를 포기하지 않고 이곳까지 온 것이다. 갑자기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나만 힘든 줄 알고 끙끙거리며 올라 왔는데 엄살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말이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HID 출신 DS의 아내는 이번 산행에 따라 오려고 한달 동안 계단 오르기를 700번을 하며 연습을 했다고 한다. 게다가 HN도 나보다 더 심하게 고산증을 앓고 거의 초죽음 상태까지 이르면서 산행을 마쳤다고 하니 히말라야의 위세 보다 위대한 것은 우리가 한계를 극복하고 해 낼 수 있는 도전 정신인 것 같다.

7명이 배낭과 더플백, 그리고 등산화를 벗고 보니 걸어 다닐 틈도 없이 빽빽하다. 그 와중에 ST는 라면을 끓이고 있다. 그의 배낭에는 항상 먹을 거리가 즐비한데 라면 또한 매일 빼놓지 않고 끊이며 일행을 즐겁게 한다. 인원이 많다 보니 한 젓가락씩 맛보며 한 쪽에서는 맥주 한 잔씩 하고 있다. 고산 특히 3000미터 이상의 산에서는 샤워와 음주는 절대 금지 사항이다. 샤워는 다행히 몸 씻는 것 조차 힘들어 씻지 못해도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지만 술이란게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피하기가 힘든 모양이다. IS는 나중에 실토하기를 그 때 술을 마시고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죽는 줄 알았단다. 보통 주당이 아닌데도 고산에서의 술은 정말 위험한가 보다.

이 곳 데우랄리가 바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로 갈 수 있는 제대로 시설이 된 마지막 롯지이다 보니 방이 없는 경우가 많다. 만일 방이 없으면 다시 내려 갈 수도 없고 대부분 식당에 있는 벤치에서 쪽잠을 자는 수 밖에 없으니 난감할 것이다. 침상을 정리한 후 모두 식당으로 향했다. 2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식탁 밑으로는 난로가 있어서 뜨뜻하다. 난로를 피우는데는 따로 돈을 받는다고 한다. BS는 피곤했는지 고개를 떨구고는 깊은 잠에 빠져 있고 대부분 젖은 옷들을 들고 와서 여기 저기 널어 놓고 말린다. 저녁으로 스파게티가 나왔는데 입맛이 없어 먹지 못했다. 다들 피곤한지 말들도 없이 앉아 뜨뜻한 아랫목에 앉은 듯 졸고 있다. 이제 내일이면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희망이 있기에 견디는 것이리라. 일찌감치 펼쳐 놓은 침낭안에 몸을 집어 넣고 지퍼를 올려 얼굴만 삐죽이 내 놓고 잠을 청한다. 잠깐 잠 들었나 싶더니 오전 12시 10분이다. 거의 2시까지 뒤척이다가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


정동협 / 칼럼니스트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