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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의 공포 심리와 광기 다룬 고전풍 흑백 영화

더 라이트하우스 (The Lighthouse)

윌렘 데포의 노련한 연기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영화일 것이라는 기대는 전혀 예기치 않던 로버트 패틴슨의 격렬한 연기에 몰입되는 것으로 대치된다. 데포가 연기에 신뢰감을 주는 배우임에 반해 패틴슨은 사실 스타로서의 입지에 비해 연기력이 따라 주지 않는 배우로 평가되어 왔다.

▶한줄요약: “ 한정된 공간에 격리된 등대지기의 불안과 공포를 다룬 심리극이다.  사진: A24

▶한줄요약: “ 한정된 공간에 격리된 등대지기의 불안과 공포를 다룬 심리극이다. 사진: A24

지난 5월 칸 영화제에서 최초로 상영될 즈음, 패틴슨이 새로운 ‘배트맨’으로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 영화는 예상 외의 관심을 받았다. 아트하우스 필름에 도전하며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려는 패틴슨의 연기는 실제로 많은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미국의 흑역사로 기록되는 1692년 매사추세츠 주 세일럼(Salem)에서의 마녀사냥을 소재로 했던,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2015년 데뷔작 ‘더 위치(The VVitch, 2015)’에서 한층 더 진보된 영화다. 역사와 호러(Horror)에 대한 에거스의 관심은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와 스타일이 부각되면서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다.

‘더 라이트하우스’는 두 명의 등대지기 사이에서 일어나는 캐릭터 중심의 공포물이다. 영화는 실제로 두 시간 내내 두 배우의 연기만으로 채워져 있는 ‘2인극’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로를 싫어하는 두 남자의 심리 안에서 움직이는 혐오, 때로는 우정으로 보이는 묘한 감정들과 한정된 공간에 격리된 등대지기의 불안과 공포를 다룬 심리극이다.



의도된 고전풍, 4:3비율의 흑백영화라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등대하우스를 정점으로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다의 음산함, 흑백의 강렬한 표현주의적 영상이 마치 마력을 지닌 듯 관객의 심리를 빨아 들인다.

1890년대 뉴 잉글랜드의 외딴 섬. 이곳에서 오랜 기간 일해온 토마스(데포)와 신참내기 에프라임(패틴슨)은 한 조를 이루어 4주간을 등대지기로 함께 생활해야 한다. 토마스는 술을 벗삼아 살며 떠벌이처럼 말이 많은 노인이다. 반면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의 에프라임은 토마스의 일거수 일투족이 마음에 안 든다. 토마스는 상하 관계의 귄위주의적 말투를 사용하지만 에프라임은 그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 두 사람 사이에 불만과 충돌이 잦아지면서 서로에 대한 혐오의 감정이 쌓여간다.

토마스는 이 섬에 얽힌 비밀들을 숨기고 있다. 그 비밀은 에프라임을 공포로 몰아간다. 환영을 보기 시작하고 서서히 광기 증세를 보이며 악몽에 시달린다. 밀실 공포증을 묘사하는 초자연적 이미지들이 지속적으로 스쳐 지나간다. 에프라임은 토마스의 악마적 귄위에 짓눌리어 화를 자제하지 못하고 술을 퍼마시기 시작하며 서서히 분노와 혐오의 노예가 되어 간다.

이 영화는 노장파와 소장파 배우의 연기 대결이 관전 포인트이다. 패틴슨의 격렬한 연기가 관객의 시선을 모으지만, 젊음을 압도하며 정작 영화를 이끌어 가는 것은 데포의 노련한 연기다. 그는 에프라임과 관객을 동시에 자신의 악마주의 안으로 유인한다. 또 다른 차원의 악역이다. 몸동작, 눈빛 하나에도 디테일이 담겨 있는 배우 윌렘 데포가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악역 연기는 연말 영화가에서 다시 한번 거론될 것이 분명하다. ‘더 라이트하우스’의 제작진은 올해 오스카 남우 주연상 후보로 패틴슨을, 남우조연상 후보로는 데포를 지목할 것으로 알려졌다.

등급 R, 상영시간 110분.


김정·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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